광고기업 명단 매일 올리고 항의전화 매뉴얼도 만들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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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중앙·조선·동아일보에 대한 광고 탄압은 포털사이트 ‘다음’의 카페가 주도하고 있다. 아이디 ‘아고라’가 카페지기인 ‘조중동 폐간 국민캠페인(http://cafe.daum.net/stopcjd)’은 5월 말부터 매일 세 신문에 광고를 실은 기업들의 명단을 올리고 있다.

이들은 해당 기업의 전화번호와 홈페이지 등의 정보를 함께 올린 뒤 네티즌들에게 항의전화를 걸도록 권유하고 있다. 일부 네티즌은 특정 기업의 직원 이름과 전화번호를 노출해 정신적 피해도 주고 있다. 이들은 기업에 대한 전화공세를 ‘오늘의 숙제’라고 부르며 독려 작업도 벌인다.

◇기업들 전화·홈페이지 적시=18일 오전 아이디 ‘쭈니’는 이 카페에 세 신문에 광고를 낸 기업 80여 곳의 명단을 올렸다. 명단 뒤엔 해당 업체 고객센터나 광고팀의 전화번호, 홈페이지 등이 적시됐다. 이 카페에는 일종의 ‘전화 공세 매뉴얼’도 등장했다. 카페지기 ‘아고라’는 예를 들겠다며 기업에 전화해 “저는 평소 애용하는 사람인데요. 조·중·동에 광고 내면 불매운동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습니다. 다음에는 한겨레나 경향신문에 광고를 내세요”라고 말할 것을 주문했다.

아이디 ‘유리 강물’도 지난 3일 다음 아고라에 ‘조중동 광고 압박 전화 시 요령’을 올렸다. 고객센터 상담원과의 가상문답을 예로 들며 ‘기업을 칭찬한 뒤 쇠고기 문제를 꺼내라’ ‘고객임을 강조하라’ 등의 팁을 제시했다. 일부에선 ^여행사 상품을 예매한 뒤 취소하거나 ^특정 기업의 약점을 부각하고 ^기업 홈페이지 주소를 게재해 다운시키는 방법을 활용하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다음에서 ‘불매운동 조중동 광우병’ 카페를 운영하는 아이디 ‘프로메테우스’는 해당 신문에 광고를 낸 L, N기업의 실명을 게재한 뒤 “선전포고로 간주하고 중점 불매업체 대상으로 정한다”는 글을 올렸다. 이 네티즌은 또 ‘광고 게재 중단 의사가 있는지 문의한다. 3일간 잠정적으로 불매운동을 벌이지만 3일 후까지 응답이 없거나 거부하면 즉시 인터넷 등 모든 수단·방법을 통한 본격적인 불매운동을 시작하겠다. 광고 게재를 중단하면 이 카페를 통해 귀사 제품을 권장하겠다’는 내용의 문구를 올린 뒤 활용하기를 권장하기도 했다. 사실상 협박에 가까운 요령을 전파하고 있는 셈이다.

◇사과문 강요=이들은 중·조·동에 광고를 실은 기업을 상대로 사과문을 요구한다. 홈페이지나 e-메일로 사과문을 띄울 것을 압박하는 것이다. 그러곤 사과문을 띄울 경우 이를 캡처해 다음 카페 등에 게재한다.

‘전리품’을 과시해 참여자를 늘리는 동시에 회사들이 광고를 재개할 수 없도록 압박하는 것이다. 항의전화에도 불구하고 광고를 계속 게재하는 회사는 ‘집중 공략’ 대상이 된다.

아이디 ‘therefore’는 17일 C관광사 홍보부 D대리의 실명과 전화번호를 게재하면서 “(C관광사에 전화를 했더니) 흥분을 했는지 거의 일방적으로 했던 말을 계속 반복하며 목소리를 높였다. 중요한 손님이 왔다면서 전화를 끊었다. 소비자 주권을 행사, 철저한 불매운동에 들어가자”고 주장했다. 이런 글이 뜨면 일부 네티즌은 해당 기업 관계자들에게 집중적으로 전화를 걸어 욕설을 하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광고 탄압을 ‘사이버테러’라며 우려하고 있다. 숭실대 김민기(언론홍보학) 교수는 “전화 불매운동은 정의감을 지나쳐서 해서는 안 되는 일들을 하는 것”이라며 “옳고 그른 것을 토의할 수 있지만 자기네만이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이런 식으로 강요하는 것은 사이버테러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법조인들은 일부 네티즌의 광고주에 대한 광고 게재 중단 압박이 도가 지나칠 경우 민·형사상의 책임을 물릴 수 있다고 설명한다. 형사적으로는 업무방해죄를 적용할 수 있다. 업무방해죄는 허위사실을 유포하거나 위계(僞計) 또는 위력으로 사람의 업무를 방해하는 범죄다.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기업들이 네티즌들의 광고 중단 압력에 광고 게재를 포기했을 경우 해당 언론사는 이에 대한 민사상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천인성 기자

18일 다음 카페 ‘조중동 폐간 국민캠페인’엔 매일 오전 중앙·조선·동아일보에 광고한 회사의 명단과 연락처가 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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