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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풍뎅이유충 길러 파니 ‘돈 되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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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충북 영동군 학산면 도덕리 장수풍뎅이연구회 회원들이 장수풍뎅이 유충을 톱밥과 섞어 유리병에 담고 있다. [영동군청 제공]

17일 오후 충북 영동군 학산면 도덕리. 마을 주민들이 굼벵이(장수풍뎅이 유충)를 토밥과 섞어 유리병에 담고 있었다. 표고버섯 주산지인 이 마을 주민들은 버섯을 재배한 뒤 쓸모 없이 버려지던 폐목(廢木)을 활용해 희귀곤충인 장수풍뎅이 유충을 길러 고소득을 올리고 있다. 해마다 산더미처럼 쌓이는 폐목 활용방안을 고심하던 주민들은 5년 전 영동군농업기술센터의 제의로 주민 15명이 ‘장수풍뎅이연구회’를 설립한 뒤 공동사육장(250㎡)과 저온저장고(70㎡)를 짓고 굼벵이 사육에 뛰어들었다. 표고버섯 주 산지인 이 마을은 버려지는 폐 표고목이 장수풍뎅이 유충의 좋은 먹이로 쓰인다는 소문을 듣고 관심을 갖게 됐다.

주민들은 저온저장고 안에 잠들어 있는 20여 만 마리의 장수풍뎅이 어린 유충을 필요한 만큼 꺼내 사육장에서 한 달 가량 길러 몸무게가 30g 안팎이 되면 1마리에 300~500원씩 판다. 초등학생이나 유치원생들의 학습·애완용으로 인기가 높은 이 유충은 45~60일 뒤면 번데기 상태를 거친 후 갑옷을 입은 듯한 모습의 성충이 된다.

특히 학습용 수요가 몰리는 4~5월이나 방학인 7~8월에는 톱밥을 가득 채운 관찰용 유리병에 유충 1마리씩을 담아 납품해달라는 학습프로그램 개발 업체와 곤충판매점 등의 단체 주문이 많아 모든 회원이 총동원되기도 한다. 회원들이 올 들어 유충 15만 여 마리를 팔아 거둔 수입은 8000여 만원. 포도와 표고농사를 짓는 틈틈이 벌어들이는 수익치고는 큰 돈이다.

이 연구회 회원들은 올해 3억 원의 매출을 예상하고 있으며 성충 판매까지 더할 경우 최대 5억 원의 수입도 내다보고 있다. 연구회는 애초 간 질환이나 난치병에 특효약으로 이용되는 장수풍뎅이 유충의 식품화를 시도했지만 국내시장에서 규격화 된 한약재로 인정되지 않아 애완용·학습관상용으로 사업방향을 바꿨다. 회원들은 앞으로도 식용판매가 어려울 것으로 보고 관상용 사업에 주력할 생각이다. 또 생태체험장을 통해 관광객을 끌어들이고 어린이를 대상으로 ‘키즈마켓’도 운영하면 장수풍뎅이의 부가가치를 높일 것으로 보고 있다.

여운하(67) 장수풍뎅이연구회 회장은 “2년 전 경희대 식물대사연구센터에 의뢰해 장수풍뎅이 유충이 당뇨증상 개선과 숙취해소에 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를 받았다”며 “하지만 ‘혐오식품’이라는 규제에 묶여 건강식품으로 내놓지 못하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여 회장은 “굼벵이 가루를 식용으로 팔면 지금보다 몇 배 높은 소득을 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 마을은 2년 전 충북도 내 최우수 농업연구모임으로 뽑혀 농촌진흥청에서 받은 상금 7000만 원으로 장수풍뎅이 생태관을 건립했다. 올해는 2000만 원의 군비를 지원받아 생태체험장을 짓고 도시민을 위한 생태학습공간도 꾸밀 계획이다.

장수풍뎅이가 인기를 끌자 농업기술센터는 과일과 표고버섯 등 지역특산물 판매와 관광·휴양시설, 국악을 연계한 테마관광 프로그램 운영도 추진할 방침이다. 또 가족단위와 초등학교 견학 등 다양한 고객을 유치하여 주민소득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박희권 영동농업기술센터 소장은 “2003년부터 연구해온 유충의 약리작용을 철저히 규명해 한약제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며 “주민들은 브랜드 가치를 높여 시장지배력을 확장시키는데 집중해 달라”고 당부했다.

신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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