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준비委 가동 홍콩반환 카운트다운-어떻게 바뀌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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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홍콩특별행정구 준비위원 확정과 함께 중국의 홍콩인수 움직임이가속화되고 있다.
지난주 남아프리카공화국과 기니.파나마.코스타리카.도미니카공화국등 5개국 홍콩 총영사들이 중국비자사무소 건물로 만찬초대를 받았다.말이 저녁초대지 사실은 소환이나 다름없었다.
중국이 아닌 대만과 외교관계를 맺고 있는 이들 국가는 이날 97년 반환후 중국 아니면 대만을 확실히 선택하라는 일종의 협박(?)을 받아야했다.그렇지 않으면 홍콩의 총영사관 급수가 강등되리라는 암시였다.
때를 맞춰 97년 후엔 홍콩주재 중국외교기구의 인원이 기존 70여명선에서 무려 200명으로 확대돼 홍콩주재 외국 총영사관들은 물론 언론과 의심스러운 단체들을 감시하게될 것이라는 보도가 터져나와 홍콩인들을 놀라게 하고 있다.
경제적인 측면에서 중국자본의 홍콩진출도 두드러지고 있다.10년전 불과 200개에도 못미쳤던 중국투자기업이 현재 1,700개를 헤아리게 됐으며 그중 홍콩증시에 상장된 대기업만도 61개.이들 상장기업의 홍콩투자액은 250억달러로 영국 자본에 이어홍콩 제2위다.
또 지난 4일엔 홍콩의 사법당국이 152년만에 처음으로 영어를 배제한채 중국어만으로 민사재판을 진행,코앞에 닥친 중국지배를 실감케했다.
홍콩교육부가 지난주 마련한 새로운 교육프로그램에 따르면 유치원부터 홍콩의 어린이들은 기존에 없었던 중국을 사랑해야 한다는교육을 받게된다.과거 한발짝 뒤에 서있던 중국의 영국견제도 더욱 노골화돼 지난 6일 홍콩정청은 『홍콩재정을 바닥내지 말라』는 홍콩-마카오판공실 주임 루핑(魯平)의 호통을 받아야했다.
코앞에 닥친 반환시간표를 바라보는 홍콩인의 속과 겉은 다르다.내심 불안해 하면서도 입으론 언제나 홍콩의 미래에 낙관을 표한다. 그러나 각종 수치는 분명 적신호다.지난 7월 발표된 홍콩인의 경제신뢰도는 89년 천안문(天安門)사태 당시의 85점보다 낮은 76점을 기록,충격을 안겨준 데이어 실업률은 11년만의 최악인 3.5%를 넘어 10만명의 실업자가 발생했다 .
84년 중국반환이 결정된 이래 홍콩을 빠져나간 사람은 전체인구의 10%에 해당하는 50여만명.이중 60% 가까운 사람들이전문직업인이나 중.고급 경영자층으로 홍콩의 두뇌유출현상은 심각하다.
홍콩=유상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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