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비자금수렁속 증시마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증권거래소 폐장식에서 한해의 마감을 알리는 휘날리는 전표를 보는 투자자들의 감회가 예년과 다르다.연초 개장때 보다 큰 폭으로 주가가 떨어져 있으니 우울한 사람들이 더 많을 것이다.은행들의 무리한 주식투자에 따른 대규모 평가손때문에 은행감독원이충당금적립률을 낮춰준 것도 우울한 소식이다.당국의 사전간섭이 없었으면 칼같은 사후감독이 가능할텐데 은행의 자율경영제고라는 차원에서 큰 후퇴가 아닐 수 없다.충당금비율을 낮춰 장부상으로수치를 맞춘다고 해서 은행의 대내 .외 신인도가 개선되겠는가.
한마디로 95년은 한국증시에는 시련의 한해였다.연초부터 멕시코금융위기,연이어 베어링사건,그리고 외환파동 등 밖으로부터 파도가 밀려왔다.숨 좀 돌리려하니 내부자거래문제등 고질적인 증시의 환부가 터져나왔고,연이어 비자금사태가 증시의 전반적인 침체장세를 확실하게 결정지었다.앞으로도 내부자거래는 철저하게 추적할 필요가 있다.
기관들이 지나치게 외국인투자패턴을 뒤쫓고 있다는 비판속에 이른바 블루칩만 강세를 보인채 대중주는 약세인 주가의 양극화가 어느 해보다 두드러졌다.내년에는 외국인투자비중이 늘어나고, 외국회사도 주식예탁증서형태로 주식을 발행해 사실상 상장이 허용된다.이밖에도 주가지수선물시장도 개설돼 본격적인 주식시장의 국제화와 파생금융상품시대가 열린다.
이제 우리 증시는 내부적인 질적 고도화와 외국투자자들의 시장참가규모의 급증 등으로 새로운 단계에 진입했다.오래된 증시의 교훈중 하나가 골이 깊으면 산이 높다는 것이다.내년중 우리 증시가 초기의 약세만 극복하면 상당히 긍정적 요소가 많다는 뜻도된다.일본과 선진국 투자가들은 이미 한국증시를 내년중 가장 유망한 투자대상으로 꼽고 있다.
문제가 있을 때마다 정부의 개입을 외치기보다는 이같은 대기성외국인자금을 제대로 수용해 소화할 수 있는 시장내부의 힘을 키우는 것이 첩경이다.인위적인 부양보다는 시장자체의 수급균형에 의존하는 것이 원칙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