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려라!공부] 심은보씨가 말하는 케임브리지식 교육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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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임브리지에서는 영어를 가르칠 때 전체 내용의 맥락부터 파악하게 합니다. 그렇게 되면 문법은 저절로 알게 되니까요.” 런던에서 유럽인에게 영어를 가르치다 온 심은보(48)씨의 말이다. 심씨는 케임브리지식 영어학습법으로 두 딸 유재연·재은(서울 양진중 3·2)양을 영국 대입 전형에서 요구하는 영어시험 CAE에 합격시킨 노하우를 담아 『우리 아이 영어공부 어떻게 시작하죠?』(21세기북스)를 출간했다. 이화여대에서 영어교육을 전공하고 10여 년간 외국계 회사를 다닌 심씨는 남편 직장을 따라 간 영국에서 2년반 만에 케임브리지 영어시험 최상위 레벨인 CPE와 영어교사 자격시험인 케임브리지 CELTA에 합격했다. 그에게 케임브리지식 영어 듣기·말하기·읽기·쓰기 공부법을 들어봤다.

◇“무조건 많이 듣자”=심씨는 “케임브리지에서 듣기 수업을 할 때는 일정 분량의 문장이나 대화를 들려준 다음 내용을 파악했는지부터 묻는다” 고 말했다.

처음부터 단어 뜻을 물으면 아이가 금세 싫증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어떤 주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다음 관련 내용을 다룬 영어 테이프나 방송을 듣는 것도 듣기 실력을 키우는 방법이다.

딸을 가르칠 땐 ‘무조건 듣기’로 큰 효과를 봤다. 매일 만화영화를 보던 두 딸이 저절로 대화 내용과 인물의 특성을 이해하더라는 것. 이때 내용을 이해했는지 일일이 확인하면 아이들이 부담을 느낀다.

“ 어쩌면 많이 듣는 게 케임브리지식 듣기 학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마음 놓고 말하라”=“아이들이 마음 놓고 떠들 수 있도록 해주세요.” 말이 많으면 틀린 말을 하기 쉽지만 아이 스스로 실수를 찾을 수 있도록 기다리란다. 실력이 늘면 저절로 잘못된 영어를 고칠 수 있기 때문이다. 심씨는 “틀리지 않고 외국어를 배울 수는 없다”는 말로 아이에게 용기를 북돋워주라고 덧붙였다.

심씨는 영어 테이프로 두 딸에게 말하기 연습을 시켰다. 처음엔 영어 한 구절을 들려준 뒤 따라하게 했다. 자신감이 붙으면 테이프를 들으며 같은 속도로 동시에 말하게 했다. 스톱워치를 이용해 제한시간 동안에 말하게도 했다. 처음엔 1분을 주고 서서히 30초씩 늘려나가다 보면 정해진 시간에 할 말을 마음껏 영어로 구사하게 된다는 것. “말이 되든 말든 제한시간 동안 영어로 끝까지 떠들었다는 성취감이 생기면 아이들이 신이 나서 영어 공부를 합니다.”

◇“좋아하는 책에 빠져라”=심씨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책을 읽을 땐 이야기에 빠져 줄거리를 따라가기 때문에 사전이 없어도 뜻을 추측할 수 있다”며 “모르는 단어가 나와도 이야기의 흐름을 좇다 보면 영어에 대한 감을 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처음에는 책 한 권을 세 번씩 읽게 한다. 익숙한 책에 편안함을 느껴 영어와 친해지기 때문이다. 실력이 쌓이면 아이 스스로 책 3권을 고르게 한다. 한 페이지에 모르는 단어나 구문이 10개 이내의 난이도면 된다. 분량은 100페이지 내외로 고르되 줄거리를 어느 정도 아는 책이면 좋다. 책을 읽을 때는 줄거리가 일단락되는 곳까지 이어지는 게 좋다. 적어도 한 장씩 마무리하라는 얘기다.

◇“쉬운 말로 써라”=“유럽인들이 좋게 평가한 글에는 어려운 단어가 많지 않아요. 쉽고 간단한 단어로 짧게 쓰지요.” 심씨는 이렇게 쉬운 말을 익히려면 많이 듣고, 많이 읽는 수밖에 없단다. 물론 쉽게 풀어쓰는 훈련도 뒤따라야 한다. 신문·책을 읽거나 방송을 들을 때도 쉬운 단어로 만들어진 문장이 나오면 어떻게 하면 저렇게 쉽고 간단하게 쓸 수 있을까 생각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도 한 방법. 아이에게도 쉬운 단어가 많이 나오는 얇은 책을 여러 권 반복해 읽게 하는 게 최상의 방법이다.

CPE Certificate of Proficiency in English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사람들이 치르는 케임브리지 영어시험 5단계 중 최고 레벨. 통과하면 별도의 토플시험 없이 영국·호주 등의 정규대학 입학 자격이 주어진다.

CAE Certificate in Advanced English

CPE의 바로 아래 단계 시험. 영국 대학 대부분이 입학전형에서 이 점수를 요구하거나 인정한다.

글=박정현 기자, 사진=정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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