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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삼칼럼>95년의 貸借대조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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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전두환(全斗煥).노태우(盧泰愚) 두 전직 대통령의 구속은 일본과 중국언론에 의해 각각 올해의 10대 뉴스로 꼽혔다.국가적치욕이다.전직 대통령이 둘이나 감방에 들어앉는 나라를 다른 나라 사람들이 어떤 눈으로 바라보았을까 생각하면 우선 낯이 달아오른다. 그러나 그것을 치욕으로만 기록하는 것은 지나친 자기 비하(卑下)일 것이다.전직 대통령도 법정에 세울 수 있다는 사실이 결코 치욕일 수만은 없다.비로소 우리 사회도 누구라도 법의 예외는 될 수 없다는 가장 극적이고 확실한 전례를 만 들었다는 점에서 95년은 오히려 자랑과 긍지의 해로 기록될 수도 있다. 물론 두 전직 대통령의 구속이 순수하게 과거청산이나 역사 바로세우기 차원에서 비롯된 것이냐에 대해선 아직도 확신을 가질 수 없다.그러나 역사의 진보는 종종 우연한 사건을 중간 숙주(宿主)로 해 이루어지며,비역사적이고 극히 개인적인 의도마저도 그것이 빚은 결과의 포로가 되고 만다는 점에서 우리는 역사의 진보를 확신해도 좋을 것이다.
95년을 자랑과 긍지의 해로 삼을 수 있는 이유는 또 있다.
우리는 군사정권의 상징을 둘씩이나 과감히 법적 처리하면서도 쿠데타의 위협에서 자유로울 수 있었다.법과 상식이 하루아침에 휴지처럼 구겨지는 쿠데타를 두번이나 직접 체험했던 40대이상 세대들에겐 실로 놀랍고 스스로 대견스러운 느낌이었다.오히려 최전방의 고급 장교는 『과거의 일부 정치군인으로 해서 생긴 시각으로 지금의 군인을 바라보지 말아달라』며 우리를 격려하고 있다.
「쿠데타여 안녕-.」이 말을 우리는 자신있게 95년의 일기장에적어 넣을 수 있다.올해의 수확은 이 뿐만이 아니다.어느덧 우리도 적법절차.절차적 정의라는 고답적이고 매혹적인 법의 세계에발을 들여놓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던 것도 큰 소득이었다.이제 우리는 목적이나 목표가 옳다고해서 무조건 박수만 쳐대지는 않는다.그 과정과 절차,수단의 적법성과 정당성을 함께 요구하고있다. 이 점에 대해선 김영삼(金泳三)대통령도 내심 놀랐을줄 믿는다.교과서는 자유의 역사가 결국은 절차적 정의의 보장과정임을 가르쳐 주고 있다.「법을 시행하기 위해 법을 위반하는 모순에 빠지지 않는 냉철함」「가장 선량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도 공정과 예의를 보장하는 인내」가 바로 우리가 지향해야 할 성숙한사회임을 적어도 국민들은 터득하고 있다.
그러나 역시 95년은 새로운 역사의 장(章)을 이제 막 펼친데 불과하다.잘못된 과거를 청산하고 역사를 바로잡는데는 공감한다고 하면서도 지역감정의 색안경을 끝내 벗지 못하는 국민들도 있다.절차적 정의도 요구하는 성숙된 법의식에 편승 해 은근히 목적의 정당성마저 거부하려는 경향이 일부 인사나 지역에서는 엿보이고 있다.목표의 정당성을 인정하는 바탕위에서 절차적 문제점을 지적하는 자세와 절차적 문제를 들어 전체를 거부하려는 자세는 엄격히 구별해야 할 것이다.
그런 그릇된 인식이 제법 큰 목소리를 내게 해주는 것이 바로법집행현장이라는 것은 못내 아쉽다.진정한 과거청산과 역사 바로세우기는 진실의 규명을 통해 법치(法治)를 확립하고 제도로써 그것을 뒷받침하는 것이어야 할텐데 아직도 인치 ■■■率墺■■■■■學■■■■■尊■■■↔■■■貞ㅀ■■■■못■■⌒■■■聖聖聖屬豆妻?숯聖聖?■■■■■阻聖? ■■■■오피니DJ 중산층 껴안기 미소-民生문제 강조 總選겨냥한 전략 김대중(金大中)국민회의총재는 지난주 나웅배(羅雄培)재경원장관의 예방을 받고 거세게 몰아붙였다.마치 국회 상임위에서 관련장관을 질타하는 느낌이었다.
인사차 방문한 장관에게 그렇게 날카로운 말을 쏟아낸 것은 드문 일이다.그만큼 경제상황이 어렵게됐다는 생각이다.
金총재는 『현재 기업인들의 의욕이 저하되고 있다』며 『나아지고 있다는 직원들 말만 믿지 말고 직접 챙기라』고 주문했다.『비자금 파동으로 매월 1,500개의 중소기업이 도산하고 있다』며 구체적인 숫자까지 제시했다.
金총재는 지난 9일 동대문시장을 방문한데 이어 26일에는 부천에 있는 유성기업.풍정산업등 두 중소기업체를 방문했고,27일에는 중소기업회관에서 열리는 중소기업 생산품 전시장을 방문한다. 중소기업등 민생문제는 金총재가 국민회의를 만들 때부터 강조해왔다.그럼에도 이렇게 발빠르게 민생정국으로 옮겨가는 것은 정치가 민생의 걸림돌만 되고 있다는 여론 흐름을 읽은 때문이다.
특히 정치권 사정으로 가는 정국 흐름을 차단하려는 계산도 깔려있는 것으로 보인다.
연휴동안 지역구를 돌아본 의원들도 『모두 못살겠다고 빨리(비자금 정국을)끝내라고 한다』고 보고했다.金총재는 이런 여론을 업고 안정을 추구하는 정당으로 자리매김하려는 생각이다.
특히 박상규(朴尙奎)전중소기협중앙회장을 부총재로 영입한데서 볼 수 있듯 중소기업 수준까지는 보수화하겠다는 생각이다.비자금파문이후 어려워진 당 재정상태를 감안한 후원회 조직도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만들 계획이다.
金총재는 『독립운동을 해야만 애국자냐.사업을 하는 중소기업인들도 애국자』라고 말했다.그러면서 이들을 지원하기 위해 정부내에는 중소기업부,청와대에는 중소기업특위를 설치하라고 요구했다.
金총재는 중소기업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금.기술.인력등 세가지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金총재의 이런 행보는 군부대 방문등과 함께 총선을 겨냥한 중산층 껴안기의 일환으로 해석된다.金총재는 과거 선거 때마다 이념적인 오해로 피해를 보아왔다.야당으로서 정국을 흔들기만 한다는 우려를 사기도 했다.그런 의미에서 92년 「뉴 DJ정책」과는 또 다른 차원에서 실질적으로 안정적인 수권 세력의 면모를 보여주겠다는 생각이다.더군다나 신한국당(가칭)마저 과거와의 단절을 위해 개혁세력으로 면모를 일신하려 하고 있다.이런 기회에안정을 추구하는 것은 국민회의란 인 식을 심어주자는 계산이다.
그러나 이런 노력도 정치권 사정이 시작되면 포기될 수밖에 없다.장외(場外)투쟁에 나서더라도 방어수단을 확보해야 하기 때문이다.때문에 金총재는 『우리는 수세적 공세다.건드리지 않으면 시끄럽게 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여권이 국민회 의 고사(枯死)작전을 펴지 않는 한 민생문제에 집중하겠다는 뜻이다.
김진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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