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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타의 고향 핀란드에 가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4면

예수는 이스라엘에서 탄생했지만 산타 클로스의 고향은 핀란드 북부 라플란드다.『「산타 할아버지께.」이런 편지가 올해만도 50만통이나 핀란드로 날아들었습니다.그중 폴란드와 일본이 가장 많아요.』핀란드 수도 헬싱키 중앙우체국에서 일하는 에 사 레패낸(18)군은 산타 클로스가 핀란드의 신화에서 비롯된 인물이란사실이 자랑스러운 눈치다.무지개 모양의 북극광이 캄캄한 밤하늘을 수놓는 라플란드.
일년의 반이 밤이고 영하 40도의 눈밭에 순록이 노니는 이곳은 산타 신화의 발상 지이기도 하다.인류의 소망을 듣는 귀가 있다는 라플란드의 코르바산에는 산타 클로스가 살고 북극광은 하늘의 불여우가 그를 위해 밝히는 빛이라고 과거 핀란드인들은 여겼다.핀란드의 크리스마스는 라플란드에서 떠난 산타 클로스가 헬싱키에 오 는 것으로 시작된다.
12월 첫 토요일.헬싱키 시청앞 광장은 빨간 산타모자를 쓰고손에 풍선을 든 아이들로 발 디딜 틈이 없다.코르바산에서 내려와 수백킬로미터를 달려온 산타가 도착하는 아침이다.두마리의 순록이 끄는 썰매를 탄 산타가 무전기를 손에 든 교통경찰들의 호위를 받으며 광장에 도착한다.시장이 나와 크리스마스 거리 점등식을 하면 거리가 백화점 통로같이 환해지며 시악대의 연주가 울려퍼진다.산타와 그뒤를 따르는 시민들이 외치는 『메리 크리스마스』로 공식 축제시즌이 개막된다.각 가정의 창가에 일시에 촛불이 켜지는 것도 이날 부터다.북구의 독특한 크리스마스 행사로 「루치아의 날」을 들 수 있다.시칠리아 태생으로 기독교로 개종한 이유로 304년 화형당한 성녀 루치아를 기리는 뜻에서 매년고등학생 중 선발된 미스 루치아가 그녀의 순교일에 시가를 행진하는 것이다.모여있던 시민들은 손에 촛불을 켜든 채 『산타 루치아』를 합창한다.그녀가 걸친 흰옷은 순결,붉은 허리띠는 피와희생,촛불은 진리를 뜻한다.
핀란드의 크리스마스 음식중 우리의 팥죽과 비슷한 것이 흰쌀죽이다.쌀죽에는 우리 새알심 대신 아몬드를 넣는데 첫 술에 아몬드가 걸리는 사람에게는 다음해 행운이 찾아오는 것으로 여긴다.
국토의 거의 전부가 소나무나 전나■ 숲인 핀란드에 서는 집집마다 모조품아닌 진짜 크리스마스 트리를 세운다.트리는 장식이 아니라 선물걸개용으로,고깔모양의 빨간 산타모자를 선물과 함께 걸어 방안에 세워 둔다.
『산타 클로스도 전문직종입니다.』 산타 클로스 출장 서비스사인 「핀란드 국제산타회사」 아르토 투오미넨(53)사장은 최근 들어 산타를 주문하는 가정이 늘고 있다고 말한다.전에는 대여점에서 빌린 수염과 산타옷으로 변장한 식구가 아이들 앞 에 나타났으나 어설픈 옷차림과 주인을 알아보고 달려드는 강아지로 정체가 노출되는 일이 잦기 때문이라고.최근에는 산타에 관한 학위논문이 등장해 화제가 되고 있다.신비와 전통을 잘 간직하고 있지만 핀란드의 크리스마스문화도 변하고 있다.
최성애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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