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미국 기업, 중국서 멕시코로 이사가는 이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4면

값싼 노동력을 찾아 중국 등으로 떠났던 미국 제조업체들이 고유가 때문에 다시 북미지역으로 돌아오고 있다고 16일 월스트리트 저널(WSJ)이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히터 등 난방기구를 생산하는 업체인 데사(DESA)는 최근 제조시설을 중국에서 미국 켄터키주로 옮겼다. 중국에서 제품을 싣고 오는 비용이 올 들어 15%나 상승했을뿐더러 다음달이면 또 오를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클로드 해이예스 소매부문 담당 사장은 “운송료가 끝없이 오르는 터라 더 이상 버티기 힘들었다”고 말했다. 전자제품 제조사인 에머슨도 가전제품 관련 부품 공장을 아시아에서 수요처와 가까운 멕시코와 미국으로 옮겼다. 급증한 운송비용을 감당하지 못해서다.

◇미국 공장의 ‘귀환’=WSJ는 중국 등 생산비가 저렴한 지역으로 공장을 이전해 제품가격을 떨어뜨리려던 움직임이 최근 10년 새 점차 둔화되고 있다고 전했다. 국제 원유가격이 급등하면서 운송료가 눈덩이처럼 불어나 생산기지 이전 효과를 더 이상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토론토 소재 CIBC월드마켓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제프 루빈은 “아시아 지역에서 미 동부 연안까지 40피트 컨테이너로 제품을 운송하는 비용이 2000년 이후 3배로 올랐다”고 말했다.

게다가 중국 노동자들의 임금은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중국은 올해 근로자들의 권한을 강화한 신노동계약법을 발효시켰다. 더 이상의 값싼 노동력을 기대하기 힘들게 된 셈이다. 상하이시는 3월 말 최저임금 기준을 840위안에서 960위안으로 14.2% 올렸다. 이는 물가상승률을 웃도는 수치다.

◇귀환으로 미국 노동자 이득 볼까=그러나 북미지역으로 공장을 옮긴다고 운송비 문제를 완전히 해결할 수 있는 건 아니다. 해운 운송비뿐 아니라 트럭과 철도 등 육상 운송비도 올랐기 때문이다. 이미 혼잡을 면치 못하고 있는 미국 내 육상운송 시스템이 증가하는 수요를 감당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또 제조업체들이 공장을 미국으로 다시 옮긴다고 해서 얼마나 많은 일자리가 생길지도 확실치 않다. 제조업 기계부품을 생산하거나 보수하는 업체들이 대부분 자취를 감췄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올해 제조업 관련 실직자는 전년보다 2배 늘어난 월평균 4만1000명을 기록하고 있다. 루빈 이코노미스트는 “운송비 상승이 ‘중국 공장’의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가운데 미국 시장과 가장 인접한 멕시코가 이런 ‘생산공장 컴백’ 현상의 최대 수혜자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고란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