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식 교육부장관 경질에 신임 이수성 총리가 입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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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이수성(李壽成)총리는 이번 개각에서 한번의 승리와 한번의 좌절을 경험했다.비교적 무난하게 교육개혁을 추진했다는 세평속에 유임이 점쳐졌던 박영식(朴煐植)교육부장관을 전격 경질한 것은 바로 李총리의 작품이었다.
반면 전현직총리가 모두 밀었던 총리실의 강봉균(康奉均)행정조정실장의 입각은 결국 무산되고 말았다.
개각협의차 20일오전 청와대에 올라갔던 李총리는 朴교육부장관의 유임을 확인하고 대통령에게 강한 문제제기를 했다는 게 최측근인사의 전언.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은 자신이 확정한 개각명단에 李총리가 별이의를 달지 않을 것으로 생각하고 오전 10시에 윤여준(尹汝雋)대변인을 본관으로 올라오도록했다.
그러나 뜻밖에 李총리가 朴장관 문제를 제기하여 그자리에서 부랴부랴 인선을 새로 하느라 개각발표가 1시간정도 늦었다.
李총리의 서울대총장 재임시 서울대에 대한 이공계국책대학원 지원문제로 빚어진 朴교육장관과의 5개월반에 걸친 마찰이 결국 장관경질에까지 이르게 된 것이다.
지난7월5일 교육부는 『연구여건이 뛰어난 연구중심 3~4개대학에 매년 200억원씩 총 1,000억원을 집중지원하겠다』는 정책을 밝힌 뒤 1개대학 2개분야 지원도 가능토록 했다.
선정의 공평성을 위해 외부 인사로 구성된 심사위는 10월말 『서울대 2개분야와 연세대.포항공대등 4개분야를 지원대상으로 해야한다』는 최종결과를 교육부에 제시했으나 당시 朴장관은 서울대 2개분야를 모두 선정할 경우 타 대학과의 형평 문제를 고려,「1개대 1개지원」의 원칙으로 선회해 서울대공대를 제외해 李총리내정 직전인 지난 15일 발표했다.
이 과정에서 서울대 공대의 탈락을 미리 감지했던 서울대측은 교수들의 요구로 李 총장이 연세대 총장 출신의 朴장관을 두차례나 면담,서울대의 입장을 피력했으나 묵살당해 자존심이 크게 상했으며 총리입각이후에도 공.사석에서 그간의 불편한 심기를 표출했다고 한다.
또 일간지에 朴장관에 대한 공개질의서를 게재한 서울대는 선정결과 번복이 어렵도록 李총장의 총리 임명 직전 결과를 발표한 교육부에 곱지않은 눈길을 보내고 있다.
이외에도 서울대와 교육부는 올해만 해도 본고사 존폐,외국어고비교내신제 존폐등으로 끊임없이 마찰을 빚어왔다.
이번 장관경질은 결국 오랜 교육정책 주도권다툼을 벌여온 서울대와 교육부의 파워게임 시각으로도 해석이 되고있으며 서울대총장의 재상 등용으로 역전의 결과를 낳은 셈.
이 같은 사정으로 朴장관은 마지막까지 유임될 것으로 알고 있었고 신임 안병영(安秉永)장관은 개각 발표 2시간 전에야 갑자기 입각을 통보받았다.
최훈.권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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