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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 강국’ 인도의 그늘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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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호 35면

인도의 빈부격차가 심해지고 있다. 소득 불평등 정도를 보여 주는 지니계수는 2000년 0.33에서 2005년 0.37로 높아졌다. 지니계수가 1이면 완전 불평등이고, 0이면 완전 평등을 의미한다.

현재 인도 상황은 0.4 이상인 중국이나 미국보다는 나은 편이다. 하지만 최근 빠르게 악화되고 있는 게 문제다. 여러 원인이 있지만 수학(數學) 능력의 차이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세계은행 연구원인 지슈누 다스와 트리스탄 자종은 인도 서부 라자스탄과 동부의 오리사 지역의 만 14세 학생 6000명을 대상으로 국제적으로 동일한 수학시험을 치르게 한 결과 흥미로운 분석을 끌어냈다. 인도는 수학 능력이 떨어지는 학생의 비중이 다른 나라보다 아주 컸다.

예를 들어 ‘0.625, 0.25, 0.375, 0.5, 0.125 가운데 가장 큰 숫자는 무엇인가?’라는 물음에 정답을 내놓은 라자스탄 학생은 11% 수준이었다. 오리사 학생은 조금 높은 17% 정도였다.

국제 평균은 얼마나 될까. 46%였다. 인도가 ‘수학의 나라’로 알려진 것과는 너무나 다른 결과다. 두 연구원은 두 지역의 성적 분포를 확장해 인도 전체에 적용하면 수학 점수가 하위권인 학생은 무려 1700만 명에 이른다고 밝혔다. 이는 미국보다 22배나 많다. 인도의 미래 노동력 수준이 떨어진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물론 수학 성적이 뛰어난 인도 학생은 많다. 두 연구원은 “미국 내 수학성적 상위권 10명 가운데 4명이 인도계”라고 말했다. 이처럼 수학 성적이 뛰어난 인도 학생들이 과학·공학·경영학 등의 분야에서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 글로벌 지식경제에서 최근 위상이 높아지고 있는 인도 파워의 원천이다.

하위권 학생들이 다른 나라보다 크게 뒤처지지만 않는다면, 그토록 뛰어난 상위권 학생들을 보유하고 있는 인도는 행복한 나라일 수 있다. 그러나 상위권 못지않게 하위권 학생도 인도 경제의 미래를 위해서는 중요한 존재다.

인도 정부는 다른 나라들보다 압도적으로 많은 하위권 학생들을 잘 교육해 미래의 산업역군으로 길러낼 필요가 있다. 이들이 기초적인 수학을 제대로 이해해야 인도 노동력의 질이 전반적으로 높아지기 때문이다.

높이는 가장 확실한 길이다. 기초적인 수학 교육을 제대로 받은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일자리를 더 쉽게 찾아 더 오래 유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들이 안정적인 일자리를 갖고 있으면 그만큼 가진 자와 못 가진 자의 소득격차와 갈등이 줄어든다. 더 나아가 사회적 불안이 예방된다.

다행히 희망의 싹이 보이기는 한다. 세계은행 두 연구원은 인도의 수학 성적은 부모의 소득이나 계급 등과는 관련이 낮다고 말했다. 학생들이 받은 교육의 질과 관련이 있다고 이들은 주장했다.

실제로 최근 인도 정부가 시범학교로 지정해 적극적으로 지원한 시골 학교 학생들이 놀라운 학업 성취도를 보였다. 그들 부모의 소득은 연 1000달러 이하가 태반이다. 인도 정부는 지원을 전국적으로 확대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소득 불평등이 더욱 악화돼 되돌릴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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