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즈“NotBad!” 수술한 무릎에 붕대 감고 1오버 20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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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1번 홀에선 이빨 빠진 호랑이였다. 그러나 8, 9번 홀 연속 버디 장면은 ‘골프 황제’의 예전 모습 그대로였다. 14번 홀 더블보기는 그답지 않았다. 그래도 8주 만에 복귀전을 치른 골프 황제는 만족한 표정이었다.

타이거 우즈(미국)가 돌아왔다. 13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의 토리파인스 골프장 남코스(파71·7643야드)에서 개막한 제108회 US오픈 1라운드. 지난 4월 무릎 수술을 한 이후 두 달 만의 복귀전이었다.

우즈는 1오버파를 쳐 공동 20위에 올랐다. 동반 라운드한 필 미켈슨(미국)은 이븐파 공동 13위, 애덤 스콧(호주)은 2오버파 공동 31위다. 세계랭킹이 600위에도 못 미치는 무명의 저스틴 힉스와 케빈 스트릴먼(이상 미국)이 각각 3언더파를 쳐 공동선두에 나섰다.

1번 홀 티잉 그라운드에서부터 긴장감이 감돌았다. 세계랭킹 1, 2, 3위가 벌이는 스타들의 결투. 우즈는 왼쪽 무릎에 압박붕대를 감고 나왔다. 미켈슨은 드라이버를 빼놓고 출전했다. 홈코스에서 ‘타이거’를 잡고야 말겠다는 의지로 읽혔다. 오른쪽 손가락을 다쳤던 스콧은 아예 왼손으로 악수를 청했다. 돌아온 황제의 출발은 불안했다. 1번 홀에서 두 번째 샷이 그린을 넘기면서 더블보기를 했다. 그가 공식 라운드에서 더블보기를 한 것은 지난해 9월 이후 10개월 만이다. 우즈는 여전히 무릎이 아픈 듯 종종 얼굴을 찌푸렸다. 그래도 드라이브샷은 여전했다. 페어웨이에 떨어진 건 절반도 안 됐지만 평균 드라이브샷 거리가 326야드나 됐다.

우즈는 때때로 샷이 마음에 들지 않는 듯 클럽을 허공에 휘두르며 신경질을 냈다. 그래도 1라운드를 마친 뒤엔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더블보기 2개에 3퍼트도 한 번 했는데 선두와 4타 차라면 나쁘지 않다. 내일이면 선두를 따라잡을 수 있다.”

미켈슨은 이날 US오픈 사상 가장 긴 코스에서 경기를 치르면서도 드라이버를 아예 가져오지 않았다. 지난 4월 마스터스 당시엔 2개의 드라이버를 꽂고 나왔던 그다. 1993년 토리파인스에서 생애 첫 우승을 거둔 데서 나온 자신감일까. 미켈슨은 “페어웨이가 바짝 말라있기 때문에 공이 잘 구른다. 3번 우드로 티샷해도 충분하다”며 2라운드를 기약했다.

이날 토리파인스 골프장에는 세계랭킹 1~3위의 대결을 지켜보기 위해 오전 6시부터 갤러리가 구름같이 몰려 들었다. ESPN은 토리파인스 골프장이 마치 샌디에이고 동물원을 연상시켰다고 전했다.

정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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