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힙본바지 20년만에 부활예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5면

엉덩이에 걸쳐입는 힙본,즉 골반바지가 20여년만에 재등장을 알리고 있다.
60~70년대 유행했던 힙본스타일을 제일 먼저 전면으로 끌어낸 곳은 구치사.지난 가을컬렉션을 통해서였다.여기에 얼마전 열린 파리.밀라노 봄.여름컬렉션에서는 지안니 베르사체.알베르타 페레티등 유명 디자이너들까지 가세,주된 흐름을 이 뤄 내년 유행을 예고하고 있다.
재등장한 힙본바지는 장식을 최대한 억제하고 몸의 자연스런 곡선 자체를 미의 원천으로 삼았다는 것이 특징.T셔츠나 재킷.블라우스 등 몸에 달라붙는 상의와 함께 만들어내는 단정한 선이 매력이다.상의는 더욱 올라가고 하의는 내려가 허리 부위의 노출이 심해진 이른바 「섹시존」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되살아난 힙본바지는 당시의 힙본바지와는 많이 다르다.60~70년대 힙본바지는 주로 놀이옷이나 스포츠웨어 등 캐주얼한 옷에한정됐다.대표적 차림이 큰 금속장식버클로 강조된 나팔바지(허벅지 부분은 꼭 끼게 하는 반면 아랫단쪽으로 갈수 록 점점 통이넓어지는 스타일)다.
이에 비해 오늘날의 힙본바지는 전체적으로 몸에 달라붙는 형태의 변화를 보이면서 정장에까지 확대되고 있다.최근 각 컬렉션을통해 유명디자이너들이 선보인 힙본바지도 대부분 정장풍인 것을 감안하면 그 위상변화란 것이 바로 시대변화인 듯 하다.우리나라에서도 청바지 등 가벼운 차림부터 힙본스타일 유행바람이 불고 있다.요즘 청바지를 입어 허리쪽이 불편하다면 구세대란 농담이 있을 정도.이같은 패션동향이 정장까지 확대될지 여부에 대해 삼성패션연구소 신혜영선임연구원은 『시간 은 걸리겠지만 젊은층을 대상으로한 전위적 브랜드에서는 이미 나타나고 있다』고 흐름을 전했다. 패션전문지 보그는 힙본바지의 유행에 대해 유명디자이너들의 「70년대 끌어안기」가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실제 90년대 패션에서 60~70년대 패션을 읽어내는 일은 그다지 어렵지 않다.그러나 당시를 체험하지 않은 디자이너 들에의한 60년대 복원은 「가상(假想) 60년대」인 탓에 단순한 복원이 아니라 90년대식 포스트모던한 재해석이라 진단하고 있다. 그간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비비언 리처럼 졸라매서라도하늘하늘한 허리선을 만들거나 아니면 상의로 덮어 가려 허리곡선에 대해 어렴풋한 짐작만 남겼을 뿐인 여성들에게 또 하나의 선택이 생긴 셈이다.
고정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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