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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이코노미>정보사냥개의 토끼잡기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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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기업의 최고경영자는 CEO(Chief Executive Officer)로 불린다.전문경영인들이지만 대개는 컴퓨터 까막눈이다.IT(정보기술:Information Technology)시대가 본격화하면서 기업의 새로운 간판으로 CIO (Chief Information Officer)가 등장했다.기업 IT화의총책이다.CEO가 이 CIO를 겸하는 첨단 IT기업들도 없지않지만 아직은 선임부사장이나 경영정보실장등이 맡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이들의 파워와 역할이 어느정도냐에 따라 그 기업의 IT화가 저울질되기도 한다.시류(時流)에 뒤지지 않게 종업원들을 PC로 무장시키고,네트워크를 깔고,데이터센터를 만들고,전문인력을 배치하는등 서둘러 구색은 갖추지만 그 투자효 과는 가늠할 길이 없다.투자가 많을수록 좋다지만 IT투자가 곧 성공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점이 바로 고민이다.
IT투자와 기업생산성 문제에 권위인 MIT(매사추세츠 공과대학)경영대학원의 에릭 브라이놀프손 교수는 기업들의 IT화에 세가지 유형을 제시한다.
「개별 토끼잡기」가 첫째다.정보사냥개들을 풀어놓고 각기 토끼들의 꽁무니를 뒤쫓게 한다.서로간의 유대나 협조가 없고 특정부서나 라인의 단편적인 효율화가 고작이다.
기존의 중앙집권적 의사결정체제를 유지한 채 업무전반의 모니터와 정례화(定例化)에 IT를 이용하는 경우가 둘째다.기존의 경영체제에 IT라는 새 옷을 입히는데 불과하다.손으로 작성하던 서류를 컴퓨터로 작성하는 효율이 고작이다.위계질서 가 엄한 기업일수록 컴퓨터화는 그만큼 덜돼 있다고 한다.
개별 토끼들을 뒤쫓지않고 전체가 하나의 팀이 되어 「수사슴」을 잡으러 나서는 유형이 세번째다.협동작전 없이 수사슴을 쫓을경우 뿔에 찔려 치명상을 입을 수도 있다.회사전체로 목표를 정해놓고 부서와 라인 경영관리에서 협동작전을 펼친 다.IT 성공기업들은 모두 이 셋째 유형이다.
사냥에는 효율적인 전략과 체제,그리고 전술이 필수적이다.사냥의 전략과 관련,인건비등 비용절감이나 관리혁신보다 고객관리와 서비스향상에 IT를 활용하는 기업일수록 성공이 두드러진다.
제너럴 모터스와 시어즈는 인건비절감을 너무 의식하며 고객의 편의를 외면하다 매출이 격감했다.유통체인 K마트는 10억달러를들여 전국 2,250개 매장을 인공위성을 통해 점조직으로 연결시키고 판매실적과 고객의 취향을 1일 점검,이에 맞는 적기(適期)공급체제로 성공을 거두고 있다.
IT화로 정보가 산적될수록 의사결정권한과 구체적 정보의 활용은 일선현장으로 넘긴다.고객에 다가가고,고객을 잘 아는 종업원들에게 권한을 위임하고,과정의 혁신에 IT를 활용하며 조직전체로 협동작전을 펼칠 때 IT기업으로 발돋움한다는 얘기다.사냥개가 잽싸도 이「기계화된 토끼」들을 따라잡기는 갈수록 어렵다.개별 토끼사냥은「닭쫓던 개」가 되기 십상이다.
〈본사 칼럼니스트〉 변상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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