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씨,대선자금 지원 시사-어제 첫 공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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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18일 전직 대통령의 권력형비리가 헌정(憲政)사상 최초로 심판대에 올라 온 국민들이 참담한 심정으로 지켜봤다.
국민들은 부끄럽고 안타깝지만 이번 기회를 통해 검은 정치자금의 전모가 샅샅이 밝혀져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고 이땅에 도덕정치가 자리잡게 되길 한결같이 염원했다.
노태우(盧泰愚)전대통령은 이날 관련 피고인 15명의 특정범죄가중처벌법(뇌물수수)등 위반사건 첫 공판에서 92년 대선자금 지원 의혹과 관련,『그것을 밝히면 나라 전체가 혼란에 빠지게 된다』고 말해 당시 여야후보에게 상당한 액수의 자 금을 지원했음을 강력 시사했다.
盧씨는 검찰측의 『4,600억원의 비자금중 92년12월 대선당시 사용한 액수를 말해 달라』는 신문에 이같이 말한뒤 『국정을 맡았던 사람으로서 말할 수 없다』고 구체적인 내용을 밝히기를 거부했다.
盧씨의 발언으로 대선 지원금을 둘러싼 의혹은 더욱 증폭될 전망이다. 盧씨는 또 비자금 입.출금 내용을 기록한 비밀장부 4권을 갖고 있었으나 박계동(朴啓東)의원의 비자금폭로 다음날인 지난 10월20일 연희동 자택에서 이현우(李賢雨)전청와대경호실장과 함께 파기했다고 진술,계획적 증거인멸행위를 한 것으 로 드러났다.
盧씨는 93년 9,10월 정태수(鄭泰守)한보그룹총회장에게 606억2,000만원을 실명전환해 대여하고 받은 약속어음도 『구질구질한 것을 남기지 말아야겠다』고 생각,없애버렸다고 밝혔다.
서울지방법원 형사합의30부(재판장 金榮一부장판사)심리로 열린이날 공판에서 盧씨는 문영호(文永晧)대검중수부2과장이 벌인 검찰 직접신문에서 『기업인들로부터 금품을 받은 것은 사실이나 특정 이권이나 특혜와 연관된 것은 아니다』며 자금 의 뇌물성을 철저히 부인했다.
또 이현우씨는 『금융실명제 실시직후인 93년9월 盧전대통령 집에서 금진호(琴震鎬)의원등과 함께 대책회의를 가졌었다』고 진술했다. 『자금을 전달한 기업들은 나름대로 건실하게 기업을 운영,여유분을 제공하는 것으로 생각해 자금을 받았다』며 뇌물이 아닌 성금성 정치자금임을 강조했다.
불구속 기소된 기업인 대부분도 『특정 사업이나 이권과 관련이없는 정치자금』『기업활동 유지를 위해 당시 관행으로 건네던 성금』등으로 건넨 자금의 성격을 규정,혐의내용을 전면 부인했다.
재판부는 변호인측이 재판기록에 대한 철저한 검토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요청한 변호인 반대신문 연기를 받아들여 다음 재판기일때 변호인 반대신문을 진행키로했다.
피고인은 盧씨외에 이건희(李健熙)삼성.김우중(金宇中)대우회장등 기업인 9명,이현우.금진호의원,이원조(李源祚)전의원등 비자금 관리인 5명등 모두 15명.2차공판은 내년 1월15일 오전10시.
김우석.김진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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