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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쟁점스포트라이트>새로 바뀌는 영화진흥법 찬반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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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영화법이 영화진흥법으로 바뀐다.그동안 규제위주로 돼 있던 법안을 진흥을 위한 법으로 고친다는 취지다.멀티미디어산업이 21세기 전략산업으로 부상하면서 그 핵심인 영화에 대한 관심이 세계적으로 높아지고 있는만큼 이제 우리 영화산업도 경쟁력있게 키워보자는 뜻이 반영돼 있다.
그러나 그러한 영화진흥법안이 공식적으로 탄생되기도 전에 거센반발에 부닥치고 있다.제정이 공포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전면개정요구에 직면한 것이다.지난 88년부터 영화법 폐지와 영화진흥법제정운동을 펼쳐온 영화인 326명은 「올바른 영화진흥법 제정을위한 영화관계자 연대모임」을 결성,법안이 국회문공위를 통과한 직후인 7일 오후 『지금부터 영화진흥법의 전면개정운동을 시작할것』이라고 선언했다.
문화체육부가 국회에 상정한 영화진흥법안은 지난 7일 국회 문공위를 통과,19일 국회 본회의 통과절차만 남겨놓고 있다.지난86년 미국의 압력으로 외국영화 직배의 길을 트기 위해 제6차영화법이 제정된지 8년만이다.
연대모임은 이번 법안이 영화인들을 배신한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영화진흥법은 일제의 조선영화령과 군사정권하의 영화법등 통제와 규제를 위한 법의 잔재를 완전히 청산하기 위해 통제를 일절 철폐하고 획기적인 진흥책 중심의 법이 돼야 한 다는 주장이다. 영화인들이 특히 문제삼고 있는 내용은 심의의 완전등급제 실시와 한국영화진흥기금 조성의 방식문제다.
국회 본회의 통과 후 내년 7월 1일부터 시행될 영화진흥법은애초 단편.소형영화의 심의를 명문화해 영화인들의 집단반발을 불러 일으켰다.아마추어나 영화학과 학생들이 창작하는 작은 영화들까지 심의를 받으면 정부가 장려해도 모자랄 창작 의욕이 완전히죽어 활발한 영화제작을 저해한다는 주장이었다.그래서 문체부는 이번 7일 통과된 법안에서 이 부분을 양보했다.즉 「단편.소형영화및 영화제에서 상영되는 영화」는 상영전 심의대상에서 제외한것이다(제12조).상영후 문제가 될 경우에 제재를 가하는 사후직권심의 형태로 바꾼 것이다.
그러나 영화인들은 공연윤리위원회의 가위질 심의를 없애고 완전등급 심의제를 실시하라고 요구해왔다.이에대해 문체부는 완전등급심의제는 포르노 전용관등이 전제돼야 하는등 시기상조로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그대신 「연소자관람 가 영화에 대해선 삭제없이 등급만 결정할 수 있다」고 수정했다.연소자관람불가영화만 가위질을 한다는 것이다.그러나 영화인들은 어차피 가위질은 연소자 관람불가영화에만 해당하는 것이므로 이 조항은 말장난에 불과하다며 반발하고 있다.
영화계는 또 기존의 영화진흥공사를 전문성과 좀더 실질적인 진흥기구의 권한을 갖춘 기구로 전환해야 한다고 요구해왔으나 이번에 받아들여지지 않았다.영화인들은 영화진흥공사 산하에 있는 종합촬영소의 독립적인 운영도 거론했다.문체부는 영화 진흥공사를 영상진흥공사로,영화진흥금고를 영상진흥금고로 명칭을 바꾸려 했으나 『영화에서 거둔 돈을 비디오나 방송산업에 지원한다는 것이냐』는 반발에 부닥쳐 다시 영화진흥공사와 영화진흥금고로 환원했다.하지만 대규모 영화진흥기금의 조성이나 효율적인 운용방안이 구체적으로 명시되지 않아 기금조성문제는 여전히 불씨로 남아있다.
이와는 별도로 이번 영화진흥법안 논의과정에서 영화인협회(이사장 김지미)가 갑자기 영화인들이 영화인협회안으로 만든 법안이 전임이사장 시절의 일이므로 『영화인협회의 공식안이 아니다』는 입장을 표명,영화인들 사이에 불신임 분위기 마저 조성되고 있다. 문체부는 세계무역기구(WTO)체제에서 보호무역이란 공격을 받지 않고 한국영화에 대한 지원책을 보장받기 위해서는 올해안에법개정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입장.그러나 민간자율기구에 의한 완전등급심의제 시행,영화진흥공사의 전면 개편,진흥기 금의 효율적운용등 영화진흥법을 둘러싼 논쟁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이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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