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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돌아온 셔틀콕 영웅 박주봉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7면

지난 10월 홍콩에서 열린 95홍콩오픈배드민턴대회에서는 정말보기 드문 광경이 벌어졌다.선수가 선수에게 사인을 받으려고 줄을 선 것이다.각 나라를 대표하는 선수들이 체면도 잊은채 키크고 마른 한 선수를 향해 너도 나도 종이를 내밀 었다.
「코리아의 박주봉(31)」.이름만 들어도 가슴이 설레는 「배드민턴의 영웅」이 코트에 복귀,자신들과 함께 대회에 참가했기 때문이다.
코트를 떠난지 1년반.세계배드민턴계는 고심끝에 컴백한 박주봉을 뜨겁게 환영했다.박주봉이 세계 무대를 장악할 때 코흘리개였던 대부분의 선수들은 함께 게임하는 것만으로도 영광으로 여겼고「주봉 박」을 기억하는 많은 팬들은 밤이면 호텔 로 몰려들었다.박주봉은 1년반이라는 공백에도 불구하고 첫 대회인 홍콩오픈에서 단숨에 혼합복식 우승을 거머쥐더니 중국오픈 준우승,태국오픈에서 다시 우승을 차지하는 괴력을 발휘했다.
박주봉.그는 현재 한국체육대 교수다.전임강사 2년만에 지난 10월1일자로 조교수로 승진했다.
한국체육사에 전무후무한 현역 교수 대표선수.그것도 확실한 96애틀랜타올림픽 금메달 후보다.
『이번에 대표선수로 복귀하면서 고민 많이 했습니다.선수시절 많은 명예를 얻었고 이제 교수까지 된 사람이 뭐가 부족해 또 코트에 서려 하는가 하는 생각이었죠.특히 처가 많이 반대했습니다.가족회의를 했죠.결국 돌아오고 말았습니다.』 박주봉은 원래90년 아시안게임 이후 은퇴하려 했다.더이상 선수로서 이룰 게없었기 때문이다.그러나 92바르셀로나올림픽에서 배드민턴이 정식종목으로 채택됐다.당연히(?)남자복식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그리고 은퇴선언을 했다.이번에는 협회가 막았다.간곡한 부탁에 93세계선수권 남자복식과 단체전 금메달을 딴후 94년1월 명예로운 은퇴식을 가졌다.
그런데 또 문제가 생겼다.96애틀랜타올림픽에서 혼합복식이 정식종목이 됐기 때문이다.바르셀로나올림픽에 혼합복식이 없었던게 못내 아쉬웠던 그로서는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박주봉은 영웅이다.국내에서는 오히려 인기가 덜하지만 배드민턴을 국기로 삼는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 등지에서는 왕이름은 몰라도「박주봉」이라는 이름은 다 안다.말레이시아에서는 「주봉버거」라는 햄버거까지 등장할 정도다.
글=손장환.사진=주기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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