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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 cover story] "아파트만한 오렌지빛 물체 우리 가족 셋이 동시에 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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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계인이 혹시 지구에 상륙한다면 이런 모습이 아닐까. 우주선에서 날아 나오는 모습을 연출해 봤다. 모델은 몰도바 출신의 에버랜드 공연단원 안드레이 비지가(24). 장소는 에버랜드 ‘댄스 히스토리’무대다. 권혁재 전문기자

어느날 당신 눈앞에 UFO가 나타난다면? 1.디카를 꺼낸다 2.카메라폰을 들이댄다 3.휴대전화로 신고한다… 여러가지 답이 머릿속을 스칠 것이다. 그러나 그해 여름, 이미영(가명.주부)씨 가족은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 그저 다른 사람들을 찾아 뛰어다니고, 멍하니 UFO를 바라보는 것밖에는. 1997년 8월 25일 오후 8시15분, 서울 창동이었다.

"처음에는 유성인 줄 알았어요. 소원도 빌었다니까요!"

저녁 식사 뒤, 남편.큰애(당시 초등학교 2년)와 함께 산책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잠시 길가에 앉아 쉬고 있는데 도봉산 부근의 하늘에서 뭔가가 떨어지는 것이 보였다.

"유성이다!" 임신 8개월째인 이씨가 '건강한 아이를 낳게 해달라'고 소원을 빌자, "야, 헬기야"하고 남편이 면박을 줬다. "아니야, 헬기면 꼬리 부분이 반짝반짝 해야지"하며 이씨가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순간, '유성'이 갑자기 15도 각도로 확 꺾였다.

"거봐. 무슨 유성이 저렇게 꺾이냐?" 남편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유성'은 제트(Z)자를 그리며 순식간에 이씨 가족 앞으로 날아왔다.

"확 커지는 게 아니에요! 100배도 넘게 '팡! 팡! 팡!' 커진다고요. 이해하시겠어요?"

다가오는가 싶더니 어느새 아파트만한 크기가 되어 눈앞의 상공에 오렌지색의 강렬한 빛을 발하며 떠있는 거대한 원추형 물체. 어린 딸아이는 물론이고 이미영씨 부부도 자기 눈을 의심할 정도로 놀랐다. 그날따라 강아지 한 마리 없는 거리는 조용하기만 했다.

"빛이 그렇게 강한데도 눈이 아프기는커녕 오히려 시원하고… 이 세상 것이 아니다 싶었어요. 주변에 차가 다니는지, 사람이 있는지 확인해 보라고 딸아이를 보냈죠."

아이는 혼자 돌아왔다. 문이 열린 약국에도, 앞.뒤 동 경비실에도 아무도 없다면서. "근데 엄마, 멀리서 보니까 오렌지색 빛이 나오는 창문이 가운데 주르르 달려서 오른쪽으로 막 돌아요. 창문으로 사람 그림자 같은 것도 봤어요."

'위이~용 위이~용' 요란한 소리를 내는 거대한 빛 덩어리를 멍하니 바라만 본 지 15분 정도 흘렀을까. 빛 덩어리는 순식간에 점처럼 작아지면서 사라졌다. 그 순간, 사방에서 사람들이 쏟아져나왔다.

"마치 수업종이 땡 하고 치면 학생들이 우르르 나오는 것처럼요. 홀린 듯한 기분이었죠."

집에 들어오자마자 방송사와 공군에 확인했지만, 특수 작전도, 괴비행체 신고도 없었다고 했다. 마침 이씨를 돌보러 와 계시던 친정어머니가 "윙윙거리는 소리는 나도 들었다. 공사하는 게 아니었냐?"고 말씀하실 뿐.

이미영씨네 아파트는 2800가구, 옆 아파트가 1900가구, 대로는 6차선, 아파트 옆에는 대형 마트까지 있는데도 이씨 가족이 UFO를 바라보고 있던 15분 동안 단 한 사람도 지나가지 않았다고 했다.

"그 시간이면 아파트 앞 횡단보도에 최소 50명씩은 서 있는데… 복도식 15층 아파트인데 하다못해 담배 피우러 나오는 사람조차 없었다니…. 시간과 공간이 멈춘 것 같았어요."

거짓말쟁이나 정신이상자로 몰리는 것이 두려워 7년째 침묵을 지키고 있었다는 이미영씨 가족. 간신히 기사화를 허락받은 기자에게, 이름과 나이만은 쓰지 말라며 연거푸 다짐을 받는 이씨의 목소리는 아직도 떨리고 있었다.

"제가 손가락으로 가리킨다고 온 걸까요… 어떻게 그럴 수가 있을까요…."

구희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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