油價 인하戰 조짐-쌍용,정부 값인상허용 거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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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기름시장에 묘한 일이 생겼다.정부가 값을 올려주었는데 이를 「노(NO)」한 회사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통상산업부는 지난 1일부터 정유회사들의 기름제조비용인 정제비를 배럴당 195원(운임.이자등 각종 비용포함)인상했다.기름 정제비가 많이 오른 만큼 이를 보전해 주자는 「선심행정」이었다.인상률은 공장도기준으로 1.9%선.이에따라 시중 보통 휘발류값은 정제비 인상분을 포함해 ℓ당 주유소에서 27원정도 올랐다. 그러나 쌍용정유는 오는 15일부터 정부가 허용한 인상분 적용을 없던 일로하고 지난 1일 인상전의 종전가격을 받겠다고 「독자선언」을 했다.
지금까지 정부 말 한마디로 움직이던 기름값에 민간기업이 「자율반란」을 일으키는 셈이다.정부의 가격결정권이 그만큼 퇴색했다는 얘기다.
쌍용정유가 왜 그럴까.정부가 이번에 1.9% 정도를 인상해줘정유5사가 가만히 앉아 버는 돈은 대략 연간 1,500억원안팎(금융비등 각종비용 포함).다만 업체별로 돌아가는 실수입은 각사의 정제비용 수준이나 시장몫에 따라 다르다.유 공.호남정유는연간 대략 300억~400억원정도씩,쌍용정유는 대략 연간 100억원정도 득을 보는 것으로 업계는 추산하고 있다.쌍용은 100억원의 이익을 탐탁지 않게 여기며 포기하겠다는 것이다.
지금처럼 유통시장에서 「출혈경쟁」이 있는 상태에서 정부의 정제비 보전은 끝이 안보이는 판매경쟁에 「기름」만 붓고 결과적으로 손해라는게 쌍용측 계산이다.쌍용정유 관계자는 『정부의 결정에 도전하는 게 아니다.덤핑판매가 심한 유통상황이 개선되지 않으면 정부의 정제비 인상은 유통업체 배만 불리지 정유사나 소비자에겐 득될게 하나도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그럴바에야 차라리 정제비 인상분을 과감히 포기하는 게 상책이란 판단이다.
이에대해 다른 정유사들은 『자칫 또다시 가격인하 경쟁에 휘말리는것 아니냐』며 사태추이에 신경을 쓰고 있다.
한 정유사 관계자는 『정부는 정제비를 산출할때 업계 평균치를기준으로 한다.이번 정제비 인상도 그랬다.그러나 실제는 회사마다 정제비 부담이 다르다』며 『개인사정이 다른데 평균치를 일괄적용하니 이해가 엇갈린다』고 분석했다.
김광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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