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우리아이들紙上상담실>시험때마 심한 두통.정서불안증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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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대학입시 「3수생」 형태(22)가 상담실을 찾은 이유는 시험공포.아무리 열심히 공부해도 또 실패하리라는 두려움 때문에 시험지만 받으면 안절부절못해 제대로 시험을 치를 수가 없다고 호소했다. 학급 석차가 3등이하로 내려간 일이 없는 형태는 고등학교 3학년 전체에서 2등을 할 정도였다.그러나 대학입시가 가까워질수록 좌불안석이더니 입시 당일 아침에는 거의 제정신이 아니었다.첫시간 시험문제는 결코 어려운 편이 아니었는데도 15분쯤 지나자 소변을 참기 어려워졌다.기를 쓰고 참다가 30분이 지나자 절반도 쓰지못한 답안지를 내고 뛰쳐나왔다.결과는 낙방.
재수하면서도 시험불안을 떨치지는 못했지만 첫해보다는 좀 덜한듯해서 그런대로 넘겼다.그러나 입시 당일에는 지난해와 똑같은 상황이 벌어진데다 지독한 두통까지 겹치는 바람에 또 실패.
시험에 대한 적절한 불안감은 더욱 열심히 공부하는 동기가 된다.그러나 지나친 걱정이나 근심이 공포로 발전하면 시험에서 평소 실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없다.
특히 성적이 빼어난 학생들 가운데 중요한 시험때만 되면 형태처럼 일종의 「공황」상태에 빠져 터무니없이 낭패를 보는 경우가있다. 병원에서 정밀검사를 해봐도 신체적으로는 별 문제가 없었다.형태는 극도의 시험공포에 시달려온 것이 분명했다.형태의 불안,오줌을 쌀듯한 느낌,두통 등은 중요한 시험때마다 공부의 내용이나 시험 그 자체보다 자기자신에 대한 의식이 마음을 지배했음이 드러났다.『다른 아이들보다 성적이 떨어지면 어쩌나,입시에실패하면 남들이 무능력자로 낙인찍을텐데….』 이런 형태에게는 공포심을 정복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했다.그래서 우선 마음을 편안히 갖고 긴장을 푸는 긴장이완훈련을 시작했다.또 형태의 공포심을 일으키는 과장되고 잘못된 생각들을 하나하나 논리적으로 따져보았다.배짱을 기르기 위해 『시험에 떨어진들 어떠냐』며 설령 입시에서 실패해도 일평생 멋지게 살아나갈 수 있는 여러가지방안들을 탐색토록 했다.때로 걱정스런 일이 생겨도 『괜찮아.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잖아』라는 식으로 여유있게 생각하는 습관■ 갖 도록 했다.오랫동안 꿈꿔온대로 상위권대학의 법학도가 된 형태는 이제 후배들을 만날때마다 『쓸데없는 시험 공포부터 물리치라』고 말한다.
박성수〈청소년대화의광장원장.서울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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