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균의 식품 이야기] 단오의 대표 음식 ‘수리취떡’ 아시나요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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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호 24면

8일(음력 5월 5일)은 1년 중 양기가 가장 성하다는 단오(端午)다. 우리 조상은 이날 여름이 시작된다고 여겼다. 풍년을 기원하는 행사도 치렀다. 『농부월령가』엔 단오가 “물색(物色)이 생신(生新)한 날”로 표현돼 있다. 이런 길한 날 음식이 빠질 수 있으랴.

단오의 대표 음식으로 수리취떡이 있다. 수리취의 어린 잎을 섞어 만든 둥그런 절편에 수레바퀴 문양을 떡살로 찍어냈다. 단오를 수릿날이라고도 부르는데, 이는 수레[車]를 뜻하는 수리라는 단어에서 유래했다.

수리취가 없으면 대신 쑥을 넣었다. 그래서 단오 하면 쑥떡을 떠올리는 사람이 많다. 한방에선 단옷날 오시(午時·오전 11시∼오후 1시)에 뜯은 쑥의 약효를 최고로 친다. 이날 쑥과 익모초를 채취해 응달에서 말린 뒤 일년 내내 약으로 요긴하게 쓴다.

단오 무렵이 제철인 과일은 앵두다. 한방에서 앵두는 위를 보호하고 피를 맑게 하며 무더위로 허덕일 때 입맛을 돋우는 약재다. 이를 이용한 단오 음식이 앵두편과 앵두화채다. 앵두편은 가볍게 찐 앵두를 굵은 체로 살만 발라내 설탕을 넣고 졸인 뒤 녹말을 넣어 굳혀 만든다. 이를 보통 생밤과 함께 담아낸다. 앵두 대신 살구·모과를 써도 무방하다. 앵두화채는 씨를 뺀 앵두를 설탕·꿀에 재워 뒀다가 찬 오미자 물을 넣고 실백을 띄워 내는 것이다.

앵두화채가 서민용 음료라면 왕실용은 오매(烏梅)를 주재료로 만든 제호탕이다. 오매란 6월 말∼7월 초에 딴 푸른 매실[靑梅]의 껍질·씨를 벗긴 뒤 질그릇 냄비에 넣어 연기가 나지 않을 때까지 말린 약재다. 색이 까마귀처럼 까맣다고 해서 이런 이름이 붙었다. 오매(150g)·초과(10g)·백단향(5g)·축사(5g)를 곱게 빻은 뒤 이 가루와 꿀(500mL)을 섞는다. 이어 ‘가루+꿀’이 걸쭉하게 될 때까지 10∼12시간 달이면 제호탕이 만들어진다. 이를 용기에 담아 냉장 보관한 뒤 생각날 때마다 찬물에 몇 숟갈씩 타서 마시면 된다. 꿀이나 설탕을 넣어 마셔도 괜찮다.

동의보감을 보면 오매는 “담을 삭이고 구토·갈증·이질을 멎게 하며 술독을 풀어주는 것”으로 기술돼 있다. 그래서 한방에선 소갈증(당뇨병) 환자에게 제호탕을 권한다. 또 땀을 많이 흘려 기력이 쇠진한 사람에게 좋고, 여름에 약해진 위의 기를 보(補)할 수 있다고 여긴다. 강력한 살균력도 있다. 식중독의 계절인 여름에 이 음료를 마시는 것은 무해한 천연 살균제를 섭취하는것과 같다.

단오 음식과 가장 어울리는 술은 창포술이다. 찹쌀로 청주를 빚을 때 창포 뿌리를 주머니에 넣어 술독에 매달아 둠으로써 창포 향이 서서히 스며들게 한 것이다.

준치국·준치만두·도행병·도미찜·주악·증편 등도 단오의 절식이다. 안타깝게도 이들 절기 음식이 우리의 관심에서 점차 멀어지고 있다. 농촌진흥청 산하 농촌자원개발연구소가 최근 도시·농촌 주부 31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15.7%만 단오에 쑥떡을 해 먹는다고 한다. 수리취떡을 알고 있거나 단오에 이 떡을 만들어 먹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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