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술길잡이>36.종교와 과학은 화해할 수 있는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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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일본에서 큰 물의를 빚은 오움진리교뿐만 아니라 사회주의 몰락이후 유럽에서도 신비주의 종파들이 우후준순처럼 등장하고 있다.
지식인들은 이런 현상을 현대 물질문명의 폐해,새로운 사회적 전망의 부재와 관련해 설명하기도 한다.
이와 직접 관련된 것은 아니지만 위의 논제는 종교와 관련해 출제될 수 있는 가장 핵심적인 문제다.16세기에 이르러 시작된과학과 종교의 투쟁은 종교 자체가 신비한 종교체험을 떠나서는 이해될 수 없다는 점,그리고 종교적 메시지들이 갖는 상징들이 상식적으로 쉽게 이해될 수 없다는 점이 그 원인이 됐다.이에 가장 강력하게 도전해온 것이 바로 과학으로 창조론에 대한 진화론,천동설에 대한 지동설의 등장이 그 대표적인 예다.
종교와 과학이 화해할 수 없다고 보는 관점에서는 지식의 측면에서 이처럼 종교적 주장의 불완전성을 지적하는 것에서 시작한다.개별적 사실에 대한 관찰로부터 보편적 법칙을 추론해내는 과학은 이성.합리성과 동등한 것인 반면 종교는 비과학 적.비이성적인 것으로 무지와 오류의 소산으로 간주하는 전통적 입장을 견지하는 것이다.
이러한 입장의 핵심은 자연을 움직이는 「힘」에 대한 가정의 차이에 주목한다.과학은 자연의 모든 사건의 원인을 자연 그 자체에서 찾으며 만약 설명할 수 없는 사건이 있다면 그것은 인간지식의 불완전함으로 돌린다.반면 종교는 초자연적 힘이 그 원인으로 개입할 수 있다는 신념을 밑바탕에 깔고 있다.이런 차이에주목해 입증할 수 없는 이런 신념에 바탕을 둔 종교와 과학 사이의 근본적 화해는 불가능하다고 주장한다.그러나 최근 종교학자들 사이에서는 양자의 화해가능성을 옹호하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이들에 따르면 창조론과 진화론,천동설과 진화론의 대결이 과학의발전과정에서 나타난 이론의 대결일 뿐 종교와 과학의 근본적 차이를 드러내는 것이 아니다.과학도 신화에서 출발했고,또 지금 과학적이라 인정된 지 식도 앞으로 다른 지식으로 대체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나아가 오히려 양자는 상호 보완적이라고 주장한다.과학은 현재있는 그대로를 파악하는 일에만 관심을 두는 반면 종교는 인간이어떻게 살고 행위해야 하는가 하는 「가치판단」에 대해 관여한다는 것. 특히 유전자 복제기술이나 핵무기기술.낙태등 과학기술의발전이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상황에서 선악(善惡)을 포함한 가치판단의 문제는 과학에 맡길 수 없는 문제며 바로 이런 점에서 종교와 과학이 만날 수 있다.
〈다음 회의 논제는 『자유와 평등은 대립적인가,상호 보완적인가』입니다〉.
김창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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