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우리아이들지상상담실>진로결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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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한의학과 2학년인 C군은 28세의 「늙은 학생」.원래 시험성적 뿐만 아니라 적성검사 결과도 고려해 소위 명문대 인문계학과에 진학했다.
학교공부도 그런대로 재미있었는데 졸업후 광고전문회사에 취직하면서 문제가 생겼다.
겉으로는 모범적이고 「잘 나가는」사원으로 보였지만 『이게 아닌데』라는 회의에 시달리다 3년만에 사표를 내고 다시 대입공부를 해 한의학의 길에 접어들었는데 또 시들해졌다.
C군의 문제를 상담하면서 적성검사 외에 흥미.성격.지능 검사를 했다.진로를 제대로 결정하려면 개인적 특성을 충분히 알아야하기 때문.
또 조금이라도 하고 싶은 일을 모두 적어보도록 했다.처음에는하고 싶은 일이 별로 없다고 했지만 조금이라도 마음에 드는 것을 모두 적어보라니까 32가지나 됐다.
그중 꼭 하지는 않아도 될만한 것을 다섯가지씩 지우게 하고,지운 것들의 아쉬운점.매력.가치 등에 대해 얘기해보도록 했다.
처음엔 쉽게 추려냈지만 15가지로 줄이는데서부터 점점 신중해져오래 걸렸다.
결국 다섯가지만 남았을때 그 모든 것을 가능성으로 남겨둔채 현재의 선택에만 집착하지 않도록 했다.
또 다른 가능성에 대해서는 열린 태도를 취하면서 당장 제일 가치있게 여겨지는 일이 무엇인가를 이야기해 보게 했다.그에 따라 예상되는 갖가지 어려움과 그 해결방법에 대해서도 두루 생각해본 뒤에야 그는 확고한 자신감과 의욕을 되찾았다 .
가설을 검증할때는 거의 모든 적대가설에 대해 충분히 검토해야하듯,진로선택에서도 여러가지 가능성을 두루 따져봐야 한다.
박성수〈청소년대화의광장 원장.서울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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