탕산 대지진 고아 출신, 쓰촨에 147억원 성금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6면

장샹칭 룽청연합철강 회장이 지난달 18일 쓰촨(四川) 대지진 모금행사에 참석해 3000만 위안을 기부 했다. 장 회장은 이날 현장에서 7000만 위안을 추가로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경화시보 제공]

32년 전인 1976년 7월 28일 오전 3시42분, 규모 7.8의 강진이 중국 허베이(河北)성 탕산(唐山)을 급습했다.

공식 집계된 사망자만 24만여 명에 달한 대참사였다. 그때 부모를 잃고 살아남았던 ‘지진 고아’가 이번 쓰촨(四川) 대지진 피해자들에게 거액의 기부금을 냈다. 장샹칭(張祥靑·39) 룽청(榮程)연합철강 회장이 주인공.

그는 지난달 18일 중국중앙방송(CC-TV) 지진 이재민 돕기 성금 모금 방송 스튜디오에서 3000만 위안(약 44억원)을 기부했다. 그리고 “7000만 위안을 더 기부하겠다. 지진에도 끄떡없는 학교 건물을 지진 발생 지역에 지어 달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인생의 진정한 행복은 다른 사람과 함께 나누는 것이다. 우리 어머니께서 생전에 내게 가르쳐 주신 것이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그의 말은 방송을 지켜보던 13억 중국인의 심금을 울렸다.

장 회장은 연간 285억 위안(약 4조2000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기업가로 중국 45위의 부자가 됐지만, 탕산 지진 때만 해도 일곱 살 철부지였다. 당시 그는 지진으로 소중한 가족을 대부분 잃는 아픔을 겪었다. 다음은 인민일보(人民日報) 등에 나온 내용.

비극의 그날 밤. 장 회장의 어머니는 “지진이다”는 외마디 소리를 지르더니 이불로 아들을 감싸 보호했다. 그러나 이때 그는 어머니와 형을 잃었다. 누이는 지진의 충격 때문에 정신병을 얻고 말았다. 그때 크게 다친 아버지도 100일 만에 숨을 거뒀다. 결혼한 형이 있었지만 장 회장은 사실상 고아 신세로 전락했다.

그러나 그는 절망하지 않았다. 자신을 살리기 위해 스스로를 희생한 어머니의 뜻을 생각해서라도 꿋꿋하게 살아야 한다고 각오를 다졌다. 그는 “나 스스로 고아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부모님이 돌아가셨다고도 생각하지 않고 단지 먼 곳으로 가셨다고만 생각했다. 그렇게 하니 스스로가 불쌍하다는 생각을 조금이나마 덜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머니가 다시 주신 생명으로 나보다 더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도우며 살겠다”고 다짐했다고 한다.

‘지진 고아’는 낮에는 폐지와 고철을 주워 내다 팔고 밤에는 학교를 다녔다. 형이 어렵게 학비를 도와줬지만 결국 중학교 1학년 때 학업을 중단했다. 때마침 정부가 지진 고아 출신인 그를 철강회사 노동자로 취직시켜 줘 첫 직장을 얻었다. 그러나 공장 여건은 열악했다. 출근 열이틀 만에 쇳물이 튀어 왼쪽 눈썹이 녹아버리는 사고를 당했다.

18세 성년이 된 86년, 그는 “내 사업을 해서 독립하겠다”고 결심한 뒤 회사를 그만뒀다. 허베이성 스자좡(石家莊)시에서 두부 만드는 법을 배워 장사를 시작했다. 그러나 벌이가 시원찮아 빚은 불어났고 끼니를 건너뛰는 일이 다반사였다.

89년 동향 여성을 만났다. 장 회장은 “내가 두부 장사를 계속하더라도 나를 따라가겠느냐”고 물었고 아내는 “안 따라갈 이유가 어디 있느냐”며 웃음으로 화답했다. 365일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새벽 별을 보고 일을 나가 늦은 밤에 귀가하길 반복했다. 그런 고생 끝에 91년 1만 위안(현재 환율 약 147만원)을 모았다. 당시로선 적은 돈이 아니었다.

주변 사람들에게 돈을 빌린 장 회장은 고철 장사를 시작했으나 처음엔 경험이 부족해 고전했다. 그러나 주저앉지 않았다. 탕산과 베이징(北京)을 발이 닳도록 오가며 돈을 벌어 93년 300만 위안을 모았고 98년엔 마침내 특수강재 업체를 설립했다. 인맥을 쌓아 2001년에는 2억8000만 위안이란 거액의 투자금을 모아 도산한 철강회사를 인수했다. 이 업체를 구조조정해 지금의 룽청연합철강회사로 키워냈다. 지난해 기준으로 이 회사는 매출 285억 위안의 중국 159위 기업으로 성장했다. 제조업체 중에서는 77위였다.

베이징=장세정 특파원

탕산 지진 고아 장샹칭 회장이 걸어온 길

1969년 탕산 출생

76년 7월28일 탕산 대지진으로 고아가 됨

84년 폐지를 주워 팔아 초등학교 졸업했으나 중학교 1학년 중퇴

85년 정부가 지진 고아를 위해 소개해 준 철강공장에서 노동

86년 쇳물에 왼쪽 눈 주위를 다쳐 군인이 되려던 꿈은 무산

87년 스자좡에서 두부 만드는 법 배워 두부 장사 시작

91년 1만 위안을 모아 고철 수집 판매사업 시작

98년 특수강재 회사 설립

99년 탕산에 합리강철공장 설립

2001년 2억8000만 위안 투자해 도산한 철강회사 인수, 룽청연합철강회사로 개칭

2007년 매출 285억위안, 중국 159위 기업으로 성장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