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저널>중국.인도 外資유치 경쟁 치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1면

오랜 문명의 발상지이면서도 아직 빈곤에서 벗어나지 못한 인도와 중국이 현대화를 향해 매진하고 있다.이 아시아의 대국들은 세계투자자들의 자본과 관심을 서로 끌어들이려 다투고 있다.
동아시아의 중국과 남아시아의 인도는 지리적 거리가 먼 만큼이나 국내경제 운용방식과 문화면에서 크게 다르기 때문에 그들이 꼭 경쟁관계에 있다는 인식은 틀릴지도 모른다.
그러나 두 대국은 모두 야심찬 발전계획을 충족시키는데 막대한자금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경쟁적이다.
세계은행은 12억 인구의 중국이 앞으로 10년간 7,440억달러가 필요할 것으로 추산하지만 인구가 10억명에 육박하는 인도도 자본수요가 중국 못지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많은 투자자들은 두 나라 가운데 하나가 실패하면 다른 하나가 이득을 볼 것으로 생각한다.
실제로 전력사업에서 두 나라의 외국인투자정책이 바뀜에 따라 투자자들의 발길이 오락가락했다.
이들의 가장 분명한 지지자는 재외교포들이다.5,000만명이 넘는 화교는 중국에 대한 외국인투자의 3분의 2를 차지한다.재외 인도인들은 고국에 대한 투자에 보다 신중하지만 최근 부동산.제조업.미디어등에 대한 큰 관심을 보인다.
다국적기업들 또한 투자선호지역이 갈리고 있다.미국의 프록터 앤드 갬블사는 중국을 더 낫게 보는 반면 유럽의 최대경쟁업체인유니레버는 인도에 더 큰 관심을 갖는다.제너럴 일렉트릭.코카콜라.AT&T.IBM등 거대기업들은 중국과 인도에 모두 사업을 구축하고 있다.
두 나라 모두 투자자들에게 싸고 풍부한 노동력과 1차산품을 제시하고 광대한 국내시장을 바탕으로 막대한 판매기회를 약속한다.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나라의 차이가 유사성보다 더 두드러진다. 중국은 개혁을 상당히 오랫동안 추진해왔다.중국정부는 79년30년 묵은 공산주의체제의 많은 부분을 털어내기 시작했다.그후중국은 연평균 10%씩 성장했다.국제무역은 이제 전체 경제의 40%를 차지하고 79년이후 외국인 직접투자는 2,000억달러에 육박한다.외환보유고는 개발도상국 가운데 최고수준인 730억달러에 이른다.
인도는 늦게 출발한 만큼 더욱 열심이다.인도는 4년전 자력갱생식 사회주의체제로 야기된 재정위기의 와중에 개혁을 시작했다.
그후 4.7%정도의 견실한 경제성장을 계속해왔으나 주로 국내경제성장에 의존하고 있다.무역은 전체경제의 20%에 못 미치고 외국인 직접투자는 전체를 합쳐야 25억달러를 밑돈다.외환보유고는 거의 바닥에서 지난 4년간 200억달러까지 늘어났다.궁극적으로 두 나라의 경제적 장래를 결정하는 것은 문화다.다같은 사회주의적 전통에도 불구하고 두 나라의 문화적인 차이는 연구대상이다. 중국은 잘 짜여지고 때로는 잔혹한 권위주의 국가인 반면인도는 행동이 느리고 때로는 길을 벗어나기도 하는 자유방임적인민주주의체제다.인도는 영어능력을 갖추고 대학교육을 받은 노동력이 많은 반면 중국은 대학교육을 받은 사람이 많지만 주로 중국어로 교육을 받았다.또 인도는 강한 법치전통을 가진 반면 중국은 법치제도를 이제 막 발전시키기 시작했다.인도의 더 개방적인전통은 투자자들을 매료시키지만 중국은 단호한 결단력으로 지지자들을 만족시킨다.
메릴 린치사는 『두 대국이 (국제투자자들의)지지를 계속 끌어들일 수 있는 한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재원(財源)은 충분하다』고 강조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