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공과 공식단절'문패 바꾸기'-金대통령 당명변경 지시배경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민자당이 이름을 바꾼다.헌옷을 벗고 새옷을 입는다.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은 22일 김윤환(金潤煥)민자당 대표에게당명변경을 지시했다.다소 뜻밖이다.
金대통령 혼자만의 결단인것 같다.누구와도 협의한 흔적이 없다.金대통령 나름의 정국구상이 선 듯하다.구상의 모습이 어렴풋이읽혀진다.
노태우(盧泰愚)정국의 해결에 고민하던 여권이다.특히 수습론과청산론 사이에서 고민했다.金대통령은 청산론쪽에 가까이 선 듯하다. 그렇다고 완전히 그쪽이라고 단정하긴 이른 측면도 있다.수습론은 조기해결론이었고 청산론은 장기전론이었다.
金대통령은「조기」청산론을 선택한것 같다.시기는 당겨지되 청산의 강도는 상대적으로 약한 것이다.
어찌됐든 당명 변경은 청산의 첫단추다.공식적인 노태우씨와의 절연을 의미한다.
당장 문패부터 바꿔놓고 보자는 것이다.金대통령은 이날 金대표에게 이렇게 말했다.『노태우씨 부정축재가 드러난 이상 더이상 민자당 이름을 가지고 가기는 곤란하다.』金대통령의 의중을 읽을수 있다.
당초의 예상은 모든게 검찰수사후에 이루어질 것이란 것이었다.
대국민담화도,당명의 변경도 연말께나 있을 것으로들 알았다.
그러나 그 시기가 크게 앞당겨졌다.盧씨가 진술을 거부하기 때문이다. 金대통령은 더이상 기다릴수 없다는 판단을 한 듯하다.
여야는 지금 이전투구를 벌이는 상황이다.지지부진한 수사에 기댔다가는 여권의 타격이 클 것으로 보였다.
그러니까 수습론이 득세하는 상황까지 전개됐다.
金대통령은 이를 차단해야겠다는 판단을 한 듯하다.수사는 수사대로 하고 할 일은 해야겠다는 식이다.
어차피 대선자금문제는 검찰에서 밝혀질 것이다.내용이 어찌됐든민자당은 타격받을 것이 분명하다.
그리고 난뒤의 청산작업은 피동적이다.金대통령은 능동적인 청산작업을 선택한 것이다.
金대통령의 이같은 조치는 검찰수사에도 상당한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수사 문제도 이제는 뭔가 윤곽이 그려질 것으로 보인다.
이제는 별도의 대국민담화도 필요없을지 모른다.어차피 12월초에 민자당 전국위원회가 열린다.
金대통령은 치사를 하게 되어있다.대국민담화는 그것으로 대신될수도 있다.
金대통령의 청산작업은 획일적인 6공청산은 아니다.그것은 여권의 일관된 입장이다.金대통령은 시간의 잣대로 청산작업을 하지는않을것 같다.부패냐,아니냐는 구도로 정국을 나누려 하는것 같다. 어쨌든 민자당은 당분간 설왕설래가 펼쳐질 것이다.당장 지도체제 문제가 부상할 것이다.
金대통령은 아직 그부분에 대한 의중을 밝히지 않고 있다.金대표는 이날『지도체제 개편은 없다』고 말했다.
대통령을 이날 독대한 그이기에 일단은 믿어봄직하다.그러나 그렇게 될지는 역시 미지수다.
그러나 지도체제 개편과는 별개로 당직개편은 있을 것이다.당명을 바꾸는 마당에 상당한 개편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당체제개편에 이어 제도개혁이 있을 것이다.정경유착 근절을 위한 조치들이다.
정치자금법.선거법 개정논의가 있을 것이다.선거구제 논의도 나올만하다.金대표는 이날 당직자오찬에서 중.대선거구 개편가능성을시사했다.
정치권은 뻘뻘 땀흘리는 겨울을 보낼것 같다.
이연홍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