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극장, 전통예술 전문극장 변신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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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쿵더덕 얼쑤!”

사물놀이(사진)의 흥겨운 리듬에 객석도 엉덩이를 들썩였다. 재주꾼들의 안내에 따라 관객들이 하나둘씩 밖으로 나가자 어느새 야외 마당은 새로운 놀이판이 돼버렸다. 공연장과 밖을 하나로 묶는, 살아 움직이는 듯한 굿판. 지난달 31일 서울 정동극장 전통예술무대의 풍경이다.

정동극장의 극장장은 현재 6개월째 공석이다. 수장이 없는 새 실무자들은 반란(?)을 모색하고 있다. 바로 ‘전통 예술 전문 극장’으로 탈바꿈을 시도하고 있는 것. 국내 대부분의 극장이 클래식·연극·뮤지컬 등을 번갈아 하는 ‘복합 공연장’인 것과 분명히 다른 색깔이다.

사실 정동극장의 ‘전통 예술 무대’는 새삼스러울 게 없다. 올해로 12년째 꾸준히 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의 기세는 흡사 욱일승천이다. 매달 10%에 가까운 관객 증가율을 보이더니 5월엔 유료 객석 점유율이 50%를 훌쩍 넘겼다(그래픽 참조). 따분하고 재미없다는 인식이 팽배한 전통 공연에서 이런 관객 증가는 이례적이다. 박진완 공연기획팀장은 “이참에 기존에 하던 아동극·연극 등을 접고 전통 예술 하나로만 승부를 걸겠다”고 말했다.

관객이 증가한 데에는 우선 마케팅의 덕이 크다. 관객의 85%는 외국인 관광객이다. 정동극장측은 최근 여행사와 긴밀한 관계를 맺고, 일본·대만·중국 등을 돌아다니며 적극적인 홍보에 나섰다. ‘난타’가 10년전 전용극장을 짓고, 한국의 대표 문화공연으로 자리잡던 모습과 비슷하다.

공연 내용도 알차졌다. 단순히 전통 예술의 하이라이트를 나열식으로 보여주는 것에서 탈피, 이야기의 외피를 둘러싸 밀도를 탄탄히 했고 막과 막 사이의 스피드도 높였다. 자연스레 옴니버스식 구성에서 오는 생동감에 관객도 지루함을 느끼지 못했다. 특히 상모돌리기·버나돌리기 등 묘기에 가까운 장면에선 박수가 쏟아졌다. 관객을 무대로 초대해 함께 나누는 소통도 크게 어필했다.

정동극장의 새로운 방향성에 대해선 주무부서도 긍정적이다. 문화체육관광부 권혁중 사무관은 “공연장도 이제 자신만의 브랜드 혹은 고유한 색깔로 특성화 전략을 펼쳐야 한다”고 전했다. 

최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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