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끝에 선 盧씨 국민회의와 손잡을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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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벼랑끝에 몰려있는 노태우(盧泰愚)전대통령.그가 앞으로 남아있는 자신과 주변의 운명을 긍정적으로 보호하기 위해 제1야당인 국민회의와 손잡을 가능성이 있을까.
결론적으로 양측은 이를 강하게 부인한다.「물밑접촉」소문에 대해서도 펄쩍 뛴다.객관적으로 보면 「필요성」이 성립하지 않는 것같다. 접촉.교감설은 몇가지 배경에서 나왔다.우선 최근 盧씨캠프내에서 여권에 대한 저항이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는 관측이 있다.김영삼(金泳三)대통령에 대항해 김대중(金大中)국민회의총재와 연대해서 후사(後事)를 도모하자는 얘기다.
21일 오전 국민회의 정대철(鄭大哲)부총재는 첩보수준이라는 전제로 『盧씨의 측근들과 친인척중 몇명이 金대통령에 대해 많은불만을 토로하고 있으며 특히 딸 소영(素英)씨가 가장 강경하다는 얘기를 전해들었다』고 언급했다.이런 분위기를 바탕으로 盧씨측이 국민회의와 연대를 모색한다는 작은 설(說)도 돌고 있다.
盧씨측 인사가 국민회의에 金대통령과 관련된 비밀을 제보하고 있다는 주장도 있다.국민회의는 얼마전 『金대통령이 盧씨로부터 받은 정권인수자금의 비밀계좌가 상업은행 효자동지점에 있다는 제보 2건이 있으며 우리 당은 이를 확인중』이라고 발표한 적이 있다.당의 고위관계자는 『제보자는 盧씨측 인사』라고 귀띔하고 있다. 다른 관계자는 『제보한 두사람이 6공때 장관급』이라고까지 말하고 있다.
국민회의는 여러 사안에서 제보자에 관해선 일절 밝히지 않고 있다.따라서 현재의 상태에서 접촉설이 근거가 있다고 볼 수 있는 증거는 없다.더군다나 양측은 주고 받을 것에 대한 필요성은작고 접촉이 가져올 수 있는 위험이 매우 큰 상 황이다.
국민회의 입장에서 盧씨가 金대통령에 대해 입을 연다면 얻을 것은 있다.그러나 그것을 위해 적극적으로 연희동을 접촉한다면 위험부담이 적지 않다.
金총재의 한 핵심측근은 『우리는 지금 「20억원외에 더있다」는 날벼락을 맞은 상태다.만 약 우리가 연희동과 연대하면 우리는 「20억원외」를 감추기 위해 입을 맞추려한다는 의혹을 살 것』이라고 우려했다.
盧씨측으로서는 여권과 정면대립하면 위험이 치명적일 수 있다.
盧씨는 문제가 구속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사면.친인척수사같은부분이 여전히 남아있기 때문이다.이런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국민회의를 지원할만한 반대급부가 모호하다.盧씨의 한 측근은 「저항움직임」설에 대해 『盧전대통령이 처음 대국민사과문을 발표하려고 할때 일부 가족이 반대한 적은 있지만 지금 그가 구속된 상태에서 가족들의 「강경」운운은 말이 안된다』고 일축했다.
김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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