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매사 어깨 힘 빼야 투자자 이익”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64호 32면

민석주 키움증권 리테일영업팀 차장

온라인 펀드가 세간의 관심을 모은 지 1년이다. 한국은 주식형 펀드의 보수가 선진국보다 높고, 장기투자에 대한 보수 혜택도 없다. 저렴한 온라인 펀드가 투자자 욕구를 채워줄 것이라는 기대감이 충만했던 이유다. 온라인에서 펀드를 팔면 은행이나 증권사로선 돈이 적게 들 수밖에 없다. 판매 보수가 싸야 하는 건 당연하다. 그러나 펀드 시장에선 그런 공식이 정확히 일치하는 것 같지 않다. 금융당국에서 펀드의 ‘온라인 클래스’ 신설을 의무화하면서 비용 면에서 저렴해진 건 사실이다. 하지만 과연 투자자가 용인할 수 있는 수준의 가격인지는 의문이다.

온라인 전문회사가 본 펀드몰

지금 대부분 온라인 펀드의 판매 보수는 오프라인 상품의 70~80% 수준이다. 거의 업계의 관행이다. 사실 펀드 보수는 자산운용사의 고유권한이지만, 온라인 펀드의 보수는 대형 판매사들의 영향력으로 결정되는 현실이다.

대형 자산운용사 대부분이 판매회사의 자회사이기 때문에 그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는 건 공공연한 비밀이다. 이는 온라인 펀드 시장이 자생적으로 성장하는 데 걸림돌이다. 물론 투자 서비스를 질적으로 개선하지 않고, 수수료 인하만으로 고객을 유인하려는 온라인 판매사들도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반면 선진국은 철저하게 ‘오픈 아키텍처(Open Architecture)’를 지향한다. 여러 운용사의 우수한 펀드를 함께 팔고, 수수료도 판매사가 서비스 수준에 맞게 자율적으로 부과한다. 동일한 수수료를 받는 국내 시장보다 합리적이다.

자율적인 수수료 체계는 결국 판매사가 서비스 품질을 높이게 만들고, 이런 노력은 고스란히 투자자 이익으로 돌아가는 선순환을 만든다. 미국의 펀드 수퍼마켓인 찰스 스왑 같은 곳이 탄생하려면 판매사 간 서비스 경쟁이 일어나야 한다. 찰스 스왑은 온라인 펀드 판매사이지만 고품격 서비스로 높은 보수를 받고 있으며, 주 고객은 고액 연봉자들이다.

한국의 온라인 펀드몰도 금융당국의 수수료 인하 조치만을 기다리지 말고, 고객 눈높이에 맞춰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려 부단히 노력해야만 살아 남을 수 있을 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