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안전도시험 강화 시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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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현대 스쿠프,기아 페스티바(프라이드의 수출차 이름),대우 폰티악 르망-.지난 10월초 미국의 고속도로안전보험연구소(IIHS)가 발표한 「안전을 보장할 수 없는 위험한 차」로 뽑힌 한국산 3개 차종이다.미국에서 판매되고 있는 승용차 중 가장 안전한 차와 위험한 차를 발표해온 이 연구소에 의해 「찍힌」 차종으로 망신을 당한 것이다.수출차종은 국내차보다 철판두께도 더두껍고 튼튼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도 이런 사정이라면 『국내에서 팔리는 국산자동차는…』하고 소름 이 돋았다는 소비자들도 적지 않았다.어떻게 만들고 어떤 절차로 검사했길래 하는 의문도제기됐다.
사고가 나면 자동차는 바로 소비자의 생명을 앗아가는 흉기가 된다.따라서 튼튼하고 안전한 차를 만들고 자동차의 안전성 여부를 철저히 테스트해야 한다.그런데도 국내의 경우 자동차 안전 시험 시설이 크게 부족하고 관련 기관의 인식도 낮 다.
세계 자동차 생산 5위라는 우리나라의 자동차 안전검사 시설 부족과 객관적인 평가기관 부재의 문제를 짚어본다.
◇자동차 선진국은 어떤가=미국과 일본등 선진국의 경우 민간자동차 관련단체의 자동차시험과 이에따른 메이커들에 대한 견제.조언기능이 우리와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강하다.
일본 보험회사들이 출자해 만든 「자연센터」.73년에 설립된 자본금 3억엔의 이 연구소가 하는 가장 중요한 일은 충돌시험등각종 자동차실험이다.
이를 위해 다양한 성능테스트장비를 자체적으로 갖추고 있고 충돌시험만 연간 150여회를 실시한다.여기서 나온 데이터는 컴퓨터로 정리돼 자동차메이커들에 제공된다.일부는 대외적으로 공표되기도한다.메이커는 여기서 나온 자료를 신차개발과 부품개발등에 활용한다.자동차회사들은 차가 나오면 시험용으로 무료로 기증한다. 미국자동차메이커들이 가장 무서워(?)하는 곳이 IIHS.여기서 조사.분석한 자동차관련 자료가 일반에 공개되면 그 영향력이 엄청나기 때문이다.
미국은 이같은 민간단체의 견제기능이 활성화되다 보니 소비자들은 이 연구소 발표를 자동차구입에 참고하게 되고 메이커는 좀더안전한 차,성능좋은 차를 만드는데 신경쓰게 된다.
◇거의 전무(全無)한 자동차 검사=우리나라에서 자동차안전과 성능을 검사해주는 유일한 기관은 관인 자동차성능시험검사소.건설교통부 산하기관이다.자동차 회사들은 이 검사소에서 34개항목에걸쳐 통과해야 정부로부터 형식승인을 받을 수 있 다.
그러나 검사소의 테스트 결과는 자동차회사에만 통보되며 전혀 공개되지 않는다.
자동차의 성능을 객관적으로 검증해줄 단체나 기관이 거의 전무하다. ◇보험개발원의 자동차 충돌시험 시도=보험개발원 부설 자동차연구소(소장 吳海松)는 현대.기아.대우등 완성차 3사의 승용차를 자체예산 4,000만원으로 구입,내달 15일 자동차성능시험검사소에 검사를 의뢰할 예정이다.
그러나 국내 처음으로 민간단체가 주도하는 이 시험에 대해 자동차메이커의 시선이 곱지 않다.
개발원의 한 관계자는 『외국의 경우 민간단체의 자동차 성능시험에 자동차 회사들이 홍보를 위해 앞다투어 자동차를 무료제공하기도 하는데 국내 자동차회사들은 자동차의 무료제공은 커녕 외부단체의 시험 자체를 꺼리는 눈치』라고 지적하고 『정부의 인식도낮은 것같다』고 말했다.
이기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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