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분수대>국회 "4분연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민주주의 국가에 있어 의회의 역사는 바로 의회연설의 역사라 할 수 있다.그래서 「의회주의적 통치는 연설에 의한 통치」라는말까지 나왔다.정치가로 성공하려는 사람은 당연히 자신의 견해를효과적으로 설득시켜야 하고 또한 공격을 인상적 으로 방어하는 능력이 있어야 하는 것이다.
그런 까닭에 유능한 정치가들이 대개 대연설가였음은 우연한 일이 아니다.영국에서는 윌리엄 글래드스턴.로이드 조지.윈스턴 처칠등이,프랑스에서는 클레망소와 브리앙등이,독일에서는 비스마르크와 슈트레제만등이,미국에서는 링컨과 우드로 윌슨등 이 대연설가로 꼽힌다.
그중에서도 대표적 인물이 19세기 중.후반 네차례에 걸쳐 총리를 역임한 글래드스턴이다.그 자신이 대연설가였으며 외무장관을지낸 쿠어존은 글래드스턴의 의회연설 모습을 이렇게 회상했다.
『위엄스런 등장,훌륭한 머리 모습,연단에서의 자연스러운 동작,드라마틱한 제스처,특유의 순응성을 지닌 구르는 듯한 음성,빛나는 눈,어느 누구의 추종도 불허하는 언어와 사상의 힘,이 모든 것들이 듣는 사람들을 완전히 매료시켰다.』 당시 글래드스턴은 사전준비없이 즉석연설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사후 출간된그의 전기(傳記)에 따르면 그는 연설할 때마다 상당한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 세밀하게 준비했음을 알 수 있다.30분이든 1시간이든 연설중 한두마디의 실수가 엄청난 파장을 몰고 올 수 있음을 감안한다면 연설을 앞두고 준비에 만전을 기하는 것은 정치인들의 당연한 책임이자 의무일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 정치인들은 어떨까.지난 주말 이틀에 걸친 국회본회의장에서의 「4분발언」은 남을 설득시키기는 커녕 상대당에 대한 비방과 공격으로 일관해 욕설과 야유를 유발하는등 본회의장을 아수라장으로 만들었다.4분이라면 압축의 묘를 살려 하고 싶은 말을 다 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지만 누군가를 헐뜯고자 한다면 짧을 수밖에 없다.자신이 「모시는 분」을 두둔하고,상대방이 「모시는 분」을 깎아내리기 위해 4분이라는 시간을 허용한것은 아닐진대 그 모습들이 도무지 한심하기 짝이 없다.이것이 바로 우리의 정치수준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