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씨 수감 2박3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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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17일 구속 이틀째를 맞은 노태우(盧泰愚)씨는 16일밤부터 매끼 제공된 식사를 깨끗이 비우고 독서에 열중하는등 비교적 수감생활에 잘 적응하는 모습을 보이려 애쓰고 있다.
그는 이날오후 그의 손발노릇을 했던 이현우(李賢雨)전경호실장이 같은 구치소에 입감됐다는 소식에 미간을 찌푸리며 복잡한 표정을 지었다.서울구치소와 법무부 교정국 관계자를 통해 盧씨의 수감 생활을 재구성했다.
◇17~18일=17일 오전6시30분 감방 한쪽 벽에 부착된 스피커를 통해 기상 나팔 소리가 방송됐다.
솜이 든 흰색 한복 윗도리 왼쪽 가슴에 칭호번호(수인번호)「1×3×」번이 선명한 노태우씨는 별다른 말없이 목재침상에서 일어나 모포와 이불을 직접 개어 붙박이 이불장에 넣고 침상위에 걸터앉아 3명의 교도관으로부터 약식 점호를 받았다 .
盧씨는 16일 구속되면서 차입한 종교서적 2권중 1권을 집어들어 독서를 하다가 오전7시쯤 교도관이 출입문을 열고 넣어준 아침식사를 받아들었다.쌀.보리밥과 시금치 국.오징어.무 조림과깍두기가 전부였지만 盧씨는 16일 저녁처럼 깨끗 이 밥그릇을 비웠다. 盧씨는 텔레비전 시청이 금지되는 대신 집필도구를 들여와 글을 쓰거나 두가지 이내의 신문을 구독할 수 있었지만 자신의 구속보도를 접하고 싶지 않았던지 17일까지 신문이나 잡지 반입은 신청하지 않았다.교도관들은 盧씨를 일반 죄수처럼 『1×3×호』라고 부르지 않으며 그렇다고 『노 대통령』이라고도 하지않고 아무런 호칭없이 용건만 말하되 불필요한 대화는 나누지 않도록 교육받았다.
오전10시30분쯤 교도관은 『김유후 변호사가 찾아왔다』고 알려준뒤 감방 옆에 붙어있는 5평가량의 특별면회실겸 조사실로 盧씨를 안내했다.
20여분간의 면회를 마친뒤 다시 독거실로 돌아온 盧씨는 책을손에 잡았다가 된장국과 생선찌개.배추김치로 점심식사를 마쳤으며점심식사후 30분간 특별조사실 건물 뒤쪽으로 나가 혼자 맨손체조를 했다.
이어 오후1시50분쯤 아들 재헌(載憲)씨와 최석립(崔石立)전경호실장.박영훈 비서관등을 15분간 면회했으며 아들로부터 역사소설을 받았다.재헌씨는 면회후 『아버님의 건강이 양호한 편이었으며 「나는 괜찮으니 밖에서 잘하라」고 부탁했다 』고 전했다.
盧씨는 심신이 피곤한 탓인지 24시간 켜있는 형광등 불빛에도불구하고 오후10시쯤부터 이튿날 오전6시30분까지 수면용 검은안대를 낀채 비교적 잠을 잘 자고 있다고 교도관들은 전하고 있다.
권영민.서장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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