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사람은 라스베이거스에서 우연히 만나 클럽에서 술을 진탕 퍼 마신다. 승진을 눈앞에 둔 펀드매니저 조이는 “일주일에 80시간, 정말 하기 싫은 일을 하고 있다”는 속내를, 잭은 그 어떤 재주를 부려도 부모에게 인정받지 못하는 속상함을 털어놓으며 금세 친해진다. 그러던 중 조이의 동전으로 잭이 넣은 카지노 기계에서 300만 달러라는 대박이 터진다.
광란의 술자리에 이어진 하룻밤. 기억이 끊긴 하룻밤 새 그들은 이미 결혼식까지 치르고 말았다. 이혼법정으로 향하는 건 당연한 수순. 그러나 보수적인 판사는 이들에게 “6개월간 결혼생활을 유지한 뒤 돈을 나누라”는 판결을 내린다.
이쯤 되면 결말을 예측하지 못할 바보(!)는 없다. 억지 동거로 시작하지만, 지지고 볶는 과정에서 결국 행복하게 오래오래 살았다는 전형적인 줄거리다. 사실 ‘재산 분할’이라는 뚜렷한 목표가 있으니 좀 더 참을성 있게 지낼 법도 하련만, 조이와 잭의 동거는 화성남자와 금성여자 이상의 불협화음을 낸다. 아침마다 화장실에서 꾸물거리는 조이와 맞서 잭은 부엌 싱크대에서 볼일을 보고, 나중에는 아예 화장실 문과 변기 뚜껑을 떼어 버린다. ‘계획을 위한 계획을 세우는’ 완벽주의자 조이와, 돼지우리와 흡사할 정도로 집 치우는 것을 싫어하는 잭의 대격돌은 로맨틱 코미디로서의 목표치를 충분히 달성한다.
30대 후반으로 접어드는 캐머런 디아즈를 ‘여전히 깜찍한 요정 같다’고 형용하는 건 거짓말이 될 듯. 그러나 애슈턴 커처와의 나이 차(6년)에서 오는 이질감을 한결 원숙해진 연기와 그녀만의 패션감각으로 상쇄시키는 것만은 확실하다. 고야드, 지미 추, 크리스티앙 루부탱 등 세계적 명품업체들이 그녀의 어깨와 손발을 위해 기꺼이 가방과 신발을 헌납했다.
기선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