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盧씨 구속사태-베일속의 YS구상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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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노태우(盧泰愚)전대통령 비자금사건 파문은 盧씨의 구속을 계기로 가라앉을 수 있을 것인가.정치권은 지금 청와대의 일거수 일투족에 신경이 곤두서있다.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의 구상과 결심이 절대적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현재로선 金대통령의 의중은 철저히 감춰져 있다.
정치권으로의 확산을 감수하겠다는 것인지,수습하겠다는 것인지 드러나지 않는다.이번 사건 처리과정에서도 청와대의 통상적인 채널은 거의 가동되지 않았다.청와대 참모들 대부분이 소외감을 느낄 정도다.金대통령의 내심을 짚어볼 수 있는 것은 그동안의 발언을 통해서만 가능하다.『역사와 대화하는 자세로 국정에 임하겠다』고 한 것이나 『대통령은 가장 고독하면서 영예로운 자리』라는 대목들이다.
검찰에서 독자적으로 수사한다고는 하지만 盧씨의 구속부터가 金대통령의 위임으로 가능했던 것이다.
金대통령과의 교감이 가능한 몇안되는 청와대 고위관계자중 한 사람은 강삼재(姜三載)민자당사무총장의 김대중(金大中)국민회의총재에 대한 사퇴촉구와 盧씨 구속을 언급한데 대해 『나가도 너무나갔다』고 지적했다.
수습국면으로의 전환을 의미하는 것인지,그래서 야당의 「대선자금 공개」공세를 누그러뜨리려는 의도인지 알 수 없다.또는 여권핵심부의 「천기(天機)」를 누설한데 대한 질책인지도 모른다.결과가 金총재를 압박하는 것으로 나타날 경우 표적 수사라는 의혹을 면키 어렵기 때문이다.
싸움에서는 결코 물러서지 않는 金대통령의 스타일,그동안 金대통령의 표현등으로 미루어 최소한 한단계는 더 나아갈 것으로 보는 분석이 우세하다.
여권 한 핵심은『다음주 초가 최대 고비가 될지도 모른다』면서확전에 무게를 실었다.
盧씨의 구속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국면으로의 시작이다.金대통령은 16일 김윤환(金潤煥)민자당대표의 조기수습건의에 『검찰의철저한 수사』를 강조,확전의 의지를 드러냈다.金총재가 스스로 밝힌 20억원이외에 盧씨로부터 더 받았다는 증언 이나 물증이 나온다면 金총재로서는 치명적이다.지금의 관심은 그 대목이다.
김종필(金鍾泌)자민련총재의 비자금 계좌는 소문대로 있는지,민자당 중진들이 盧씨로부터 받은 돈에 대한 수사도 진행될 것인지주목거리다.이는 정치권 판도의 대변동과 연결된다.
전선의 전면화.다변화는 金대통령도 바라지 않을 지 모른다.그러나 이 사건은 워낙 폭발력이 강해 예상외의 방향으로 비화될 소지는 얼마든지 있다.
민정계와는 더이상 같은 당에서 정치하지 못하겠다거나 정계개편을 희망하는 민주계 일부 세력에 의해 金대통령의 의중과 다른 방향으로 번져갈 가능성도 있다.
金대통령은 정치권에 대한 압박을 강화해나가다 목표를 어느정도달성했다는 판단이 서면 갑자기 U턴할 수도 있다.
이달말께로 예상되는 대국민 담화문 발표등이 그 계기가 될 수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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