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자금 여야 공방-DJ 전면전 선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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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김대중(金大中)국민회의총재가 13일 『이제 전면전이 시작됐다』고 선언했다.『이제 싸워 이기느냐,아니면 파멸하느냐 이것이 전부』라며 『타협은 없다』고 말했다.金총재의 이같은 발언은 유례없는 강수(强手)다.
金총재는 처음 민주당에서 자신을 비난할 때만 해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정직한 고백」으로 모든 게 잘 풀릴 것으로 기대했다.그러나 강삼재(姜三載)민자당총장이 연일 공격하면서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이 「김대중 죽이기」에 나섰다고 생각하기 시작했다.金총재는 姜총장의 비난은 모두 金대통령에게서 나왔다고 보고 있다.심지어 노태우(盧泰愚)씨에게 金총재에게 더 줬다고 말하라고 협박하고 있다는 것이다.이 마당에 논리적 대응만 하고 있다가는 고사(枯死)당할 수 있다는 위기를 느낀 것이다.
金총재는 장기전을 생각하고 있다.우선 盧씨로부터 20억원이외에는 한푼도 받지 않았다고 金총재가 분명히 밝혔기 때문이다.金총재는 『20억원외에 한푼이라도 더 받았으면 나를 비난해도 좋다』고 했다.따라서 집권당 사무총장의 힘을 이용해 설(說)을 퍼뜨린 姜총장이 이제 그 증거를 대야할 책임을 지게됐다는 것이다. 「김대중 죽이기」가 노린 것처럼 다음 총선과 대선을 겨냥한 장기전이 시작됐다.김상현(金相賢)지도위의장은 『이번에 안되면 다음 국회,다음 정권에 가서도 金대통령 대선자금은 문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회의는 일단 16일부터 시작되는 지구당 창당대회에서 국민을 직접 상대한 대여(對與)투쟁을 벌인다는 계획이다.金총재 연설을 준비하는 한 측근은 『유례없이 강한 톤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특히 닉슨 미국대통령이 워터게이트사건으로 물러난 것은 범법사실보다 그 사실을 숨긴 부도덕성에 있다는 점을 강조할 예정이다.박지원(朴智元)대변인은 『모든 방법을 동원해 부도덕한 金정권과 끝까지 투쟁하겠다』고 했다.그는 이 「모든 방법」 안에 장외투쟁은 포함되지 않는다고 말했 다.
金총재도 金대통령의 가족문제에 관한 보고를 듣고 『퇴로를 남겨 놓고 몰아야 한다』며 제외토록 했다고 한 측근이 전했다.金대통령 하야(下野)요구에 대해서도 『헌정중단은 안된다』며 배제했다.최후의 수단은 남겨놓겠다는 생각이다.
그러나 민자당이 강공으로 나오는한 金총재도 점점 극한 투쟁으로 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金총재는 12일 측근들에게 『金대통령을 잘 아는데 이 정도로 그치지 않을 것』이라며 『사생결단으로 싸울테니 각오를 단단히 하라』고 지시했 다.
때문에 이종찬(李鍾贊)부총재는 다음달초 정기국회가 끝나면 군중집회를 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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