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은평자사고 정원 10%는 직원자녀 선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1면

서울 은평뉴타운에 들어설 서울지역 첫 자립형 사립고의 입학 조건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달 말 서울시로부터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된 하나금융그룹이 임직원 자녀를 특별전형으로 일정 비율 입학시키겠다는 계획을 내놓으면서다.

하나금융은 서울시와의 부지 임대를 위한 본계약이 성사되면 은평뉴타운 지구 내 정원 750명의 ‘하나고’(가칭)를 2010년에 개교할 예정이다. 하나금융은 건축비로 315억원을 투자해 교실·도서관·체육관은 물론 전교생을 위한 기숙사 시설도 만들 계획이다. 또 석사 학위 이상 소지자로 교사진을 구성하고 학급당 인원수를 25명으로 제한하겠다고 밝혔다.

논란이 이는 부분은 특별전형 모집 계획이다. 하나금융은 정원의 20%(150명)를 특별전형으로 선발하는데, 대상은 군인 자녀와 다문화가정 자녀, 그리고 하나금융의 임직원 자녀 등이라고 밝혔다. 하나금융은 임직원 자녀의 비중을 최대 10% 내외로 잡고 있다.

그러자 부지 조성 등에 상당한 세금이 들어갔는데 특정 업체 자녀들에게만 혜택을 줘서는 안 된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하나금융 측은 “아직 협상이 진행 중인 데다 서울시·교육청과 협의해야 할 문제”라며 말을 아끼고 있다. 한편에서는 현실론을 들어 당위성을 주장하고 있다.

하나금융의 한 관계자는 “건축비는 물론 매년 운영비로 수십억원이 들어가는데 아무런 혜택도 없다면 과연 어떤 기업이 자사고 운영에 나서겠느냐”며 특별전형 기준을 양보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정우 서울시교육청 학교운영지원과장은 “아직 법인 인가 신청 등 공식 문의가 없는 상태”라며 “신청이 들어올 경우 신중하게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역시 자립형 사립고인 광양제철고는 광양제철 직원 자녀들이 다니는 제철중학교 졸업생(530명) 중 300명을 일반전형으로 선발하고, 일반 중학교 출신은 110여 명만 뽑는다.

이 학교 박석현 교무부장은 “제철 직원 자녀를 위해 설립된 학교인 데다 국고지원 없이 학교 운영비를 회사가 부담하는 만큼 직원 자녀를 많이 선발하는 게 당연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조민근·백일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