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굴비선물 받았다 ‘50배 과태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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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공직선거법이 이토록 엄한 줄 미처 몰랐습니다.”

이달 말 국회를 떠나는 통합민주당 지병문 의원의 비서관 김모(40)씨는 27일 때늦은 후회를 했다.

김씨는 올해 초 설을 앞두고 선거구민들에게 5만원짜리 굴비세트를 보냈다 광주지검에 의해 공직선거법 위반(기부행위 금지) 혐의로 27일 불구속 기소됐다. 검찰은 최근 제보를 받은 광주 남구 선거관리위원회의 의뢰에 따라 수사에 나서 택배 회사의 선물 수령증 등을 확보했다.

선물을 받은 박모(45)씨 등 44명의 명단은 이날 남구 선관위로 통보됐다. 선관위 측은 이들 전원에 대해 선물가액의 50배에 해당하는 250만원씩 과태료를 부과한다는 방침이다. 비서관 김씨는 “부모님 친구 분들과 대학 스승, 학교 선·후배 등 명절 때 당연히 선물을 보내야 할 사람들에게 의례적인 인사를 했을 뿐”이라며 혐의를 부인했다. 그는 “적어도 4년 이상 가족·친지처럼 지낸 사람들이어서 선거법에 저촉된다고 생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평소 따르던 후배가 지인들에게 명절 인사차 선물할 것을 제의, 원가 2만~3만원 정도의 물건을 보내 달라고 주문했다고 한다. 하지만 검찰은 18대 국회의원 선거가 임박한 시점인 데다 일부는 지 의원 이름으로 보내 ‘기부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다. 지병문 의원이 관련됐다고 단정할 만한 근거는 찾지 못했다고 검찰은 전했다.

한편 김씨에게 선물을 받은 이들은 이의 신청을 통해 과태료 부과액을 낮추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는 “김씨가 의원 비서관을 하기 전부터 선물을 주고 받는 사이인데 너무 일률적인 잣대를 들이대 엉뚱한 피해를 입게 생겼다”고 주장했다.

이들 중 한 인사는 “같은 의원실에서 비슷한 선물을 받고도 인편으로 받은 사람은 적발되지 않고, 택배로 수령한 사람만 과태료 처분을 받게 됐다”며 씁쓰레 했다.

천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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