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투자가 대폭 늘려야 한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3면

기관투자가들의 입김이 갈수록 거세어지고 있는 가운데 일반투자자들은 설 땅을 잃어가고 있다.최근 전체 거래량에서 기관이 차지하는 비중은 30~35%.은행.보험등 증시의 큰손들은 여유자금을 움켜쥐고 때를 기다리고 있고 일반투자자들은 속속 증시를 떠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기관들의 영향력은 더욱 커질게 뻔하다.그렇다고 일반투자자들이 투신등 기관투자가를 이용한 간접투자를 늘리는 것도 아니다.대표적인 간접투자 상품인 투신사의 주식형 수익증권의 판매잔고는 10월 이후 최근까지 1,000억원 가까이 줄었다.
증시에는 결국 일반투자자들은 떠나고 기관만 남는다는 얘긴데 이같은 현상이 과연 바람직한 것일까.
이 문제와 관련,일본은 이미 결론을 내린 듯하다.일본 증시는은행.보험등 금융기관의 매매비중이 60%를 넘고 다른 기관투자가까지를 감안하면 기관매매비중은 70%를 웃돈다.일본 증시는 94년6월 닛케이225지수가 2만1,552엔을 기록한 이후 하락행진을 계속해 7월초 1만4,485엔까지 떨어졌다.이처럼 주가가 맥을 못추자 증권당국에서는 500~1,000주로 돼있던 거래단위를 50~100주로 줄인 「미니주」 「주가지수 연동형 펀드」를 만드는등 일반투자자들을 유 치하기 위한 각종 조치를 취했다. 일본계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기관 위주로 증시가 형성되면서 증권사의 수수료 수입은 현격히 줄어들고 주가탄력성이 약해지는등 부작용이 일자 일반투자자를 유인하는 각종 정책이 나오고 있다』고 밝혔다.
국내증시도 이같은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는 지금이라도 일반투자자를 증시에 묶어둘 수 있는 방안이 강구돼야 한다는게 증시관계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예컨대 기관투자가의 비중이 70%를웃돌면서도 증시가 잘 돌아가는 미국처럼 기관투자 가의 수를 대폭 늘려 기관끼리의 경쟁을 높이거나 일반투자자들이 선택의 폭을넓힐 수 있도록 다양한 펀드를 개발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수 있다.미국의 경우는 소규모 펀드를 포함,2만여개의 기관투자가가 주식투자를 하고 있고 거기에 속한 펀드매니저의 수는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국내기관투자가중 제대로 구색을 갖춘 곳은 많아야 100곳 남짓하다는 게 증시 관계자들의 분석이다.일반투자자들은 이들에 돈을 맡겨 주식투자를 하려고 해도 마땅한 곳이 없어 포기해 버리는 경우도 많다.
정부는 최근 투신사 신설방침등을 내놓고는 있지만 이번 기회에일반투자자들이 돈을 맡길 수 있는 다양한 기관(예컨대 투자자문사의 일임매매나 소규모개별펀드의 실설등)을 만드는 방안도 생각해봄 직하다는 주장도 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