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토 波紋 얼어붙은 韓日 관계-정상회담 열릴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한-일 정상회담 취소가 기정사실화되고 있다.양국은 오사카(大阪)아태경제협력체(APEC)정상회의에 앞서 김영삼(金泳三)대통령과 무라야마 도미이치(村山富市)일본 총리간 정상회담을 열기로합의했었다.그러나 에토 다카미(江藤隆美)총무청장 관의 과거사왜곡발언 파문을 둘러싼 양국정부 입장이 평행선으로 치달음에 따라성사 가능성은 거의 희박해진 것으로 보인다.
외무부 당국자는 11일 『아직 시간이 남아있긴 하지만 우리 정부가 천명한 대로 에토장관에 대한 일본정부의 현명한 결단이 내려지지 않는한 해법(解法)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일본 외무성의 한 고위관리도 『정상회담 실현을 위해 노력할 것이지만 어렵다』고 말한 것으로 일본언론이 보도했다.
일본은 고노 요헤이(河野洋平)외상의 방한이 무산됐음에도 불구하고 정상회담 실현을 위한 외교적 접촉을 해올 것으로 관측되고있다.일본에서 열리는 APEC정상회의에서 한-일 정상이 서로 외면할 경우 일본의 안방에서 열리는 국제정상들의 만남은 결코 성공적일 수 없기 때문이다.일본은 바로 이 부분을 가장 아프게생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일본측은 우선 13일부터 열리는 APEC 고위관리회의(SOM)에 참석하는 우리측 대표 반기문(潘基文)외무부 외교정책실장과 자연스럽게 만나 화해 제스처를 보내올 가능성이 높다.
17일 金대통령의 방일에 앞서 15일 일본에 가는 공노명(孔魯明)외무장관의 행보에도 일본측은 주의할 것이다.
이에 대해 우리 정부는 APEC와 관련해 불가피한 다자협상 테이블에는 자리를 같이하지만 일본과의 양자접촉은 하지 않겠다는입장이다.무엇보다 金대통령이 지난달 무라야마 총리에 이어 에토장관의 과거사 왜곡발언을 어물쩍 넘기려는 일본 태도를 좌시하지않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일 관계는 당분간 얼어붙을 수 밖에 없게 됐다.문제는 양국의 자존심 대결로까지 치닫고 있는 경색국면을 어떻게 타결할 것인가다.외무부의 다른 당국자는 『한-일간은 정치.경제적으로 밀접한 관계에 있기 때문에 양국관계가 장기 간 얼어붙는것이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 것도 사실』이라고 밝혔다.그는 『정치관계의 냉각으로 경제가 피해를 받지 않도록 철저히 정경 분리를 고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일 관계가 이같이 냉랭해짐에 따라 북-일 관계개선 속도도떨어질 것으로 보인다.외무부 관계자는 『일본은 한국과의 관계에서 얻는 이득이 북한과 비교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고 밝혔다.만약 일본이 이런 분위기 속에서 북 한과의 관계개선을 해나갈 경우 「불난집에 부채질하는 격」이라는 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