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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줌업>"찬란한 여명" 여옥역 김경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2면

서구식 미인이 대접받는 브라운관에 모처럼 고전미 넘치는 「조선규수」가 등장했다.
한말 격동기를 다룬 KBS-1TV 주말대하극 『찬란한 여명』(토.일 밤9시40분)에서 주인공인 개화승려 이동인(김갑수扮)을 사랑하는 「여옥」역으로 출연중인 김경아(24)가 그녀다.
관기출신으로 평양감사 박규수의 귀여움을 받던중 어느날 돌연 신내림을 받고 조선의 슬픈 운명을 예언하는 신비의 여인이 된다. 족집게 예언으로 명성황후의 총애를 받지만 마음은 온통 궁정밖의 이동인에게 쏠려 있다.
『실존인물은 아니예요.남성 중심으로 흐를 수도 있는 드라마 성격을 부드럽게 바꿔주는 역할이죠.신비스럽지만 사랑앞에 더없이인간적인 소녀,그런 분위기를 연기하고 싶어요.』 쪽진 머리에 갸름한 두뺨이 분홍색 한복과 썩 잘 어울린다.심은하와 MBC 공채동기니까 신인은 아니다.지난해 주말극 『여울목』에서 심은하의 누이동생으로 첫선을 보였지만 언니의 화려함에 가려 별 빛을보지 못했다.
『외모가 현대극보단 사극에 잘 어울린다는 말을 많이 들어요.
하지만 이번역은 단순히 외모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친화감이 느껴져요.이제야 제자리를 찾았다는 느낌이랄까요.』 『여울목』등 출연작마다 주문받은 「톡톡 튀는」신세대 연기가 체질에 맞지 않아 고생한 반면 이번의 「여옥」역은 어딘지 자기와 비슷해 애착이 크다.
실제 성격도 친구들과 어울려 놀기보다 집에서 혼자 비디오를 보는게 편한 몽상가 스타일.그래선지 가느다란 눈매 사이로 정제되지 않은 그리움이 넘실댄다.
모처럼 적역을 만난 만큼 드라마가 끝나는 내년 10월까지는 「여옥」으로 살고 싶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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