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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정권.기업 사이에 防火壁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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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노태우(盧泰愚) 전대통령의 대규모 부정축재혐의수사에 관련돼 이 나라 유수의 대기업 총수들이 줄줄이 검찰에 출두하는 사태가벌어지는 지경에 이르고 말았다.극히 우려할 일이다.
기업이란 신용을 숨쉬고 사는 조직이다.지금은 나라도 국제 적으로는 무엇보다 장사하는 주체로 인식되는 시대다.
한국정부와 한국경제의 견인차이자 보증 실체인 대기업이 盧씨의부정축재 연루로 그 신용과 체통이 국내외로 위험한 손상을 입고있는 것이다.특히 세계시장에서 한 나라나 기업에 불리한 정보는항상 사실보다 더 부정적으로 편향되게 마련이 다.한국의 포괄적신용은 필연적으로 떨어지게 마련이다.우리나라 경제는 이른바 리스크 프리미엄이라는 가외비용을 물 수밖에 없게 됐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가는 우리 모두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정권과 정치권은 사사로운 물질적 탐욕과 돈드는 정치의 악순환을끊지 못했고,정부는 불필요한 규제를 과감하게 철폐.완화하는 시기를 놓친 것이 그 기본 바탕이다.
다른 나라에서의 세계화시대는 전면적.포괄적 경제규제완화를 통해 실현되고 있다.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처절한 개혁이 나라마다 일어나고 있다.우리 나라에서는 불행하게도 「규제란 규제에 대한 수요가 있기 때문에 생긴 것이고, 그 존재 이유는 매우 정의롭고 도덕적이다」라는 행정당국의 시대착오가 아직도 지속되고있다.규제는 경제활동의 능률을 저하시키는 명백한 비용요소다.뿐만 아니라 종국에 이르면 부패를 일으키고 만다.불필요한 규제로말미암는 부패는 치료가 불가능하다 는 점이 가장 큰 특성이다.
기업들도 정신을 차려야 한다.특히 정권의 힘을 돈을 주고 사서 경쟁 상대기업의 자유 시장활동제한을 시도하는 경우도 없지 않았다.그러나 이런 몇몇 예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자금수수는 정치에는 돈이 든다는 명분밑에 정권이 쳐놓은 규제 그물과 유언무언의 불이익 협박에 의해 이뤄졌다.
이 모든 부패의 흉한 고리를 끊음으로써 시장과 정치사이에 단단한 방화벽(防火壁)을 치자.이것이야말로 진짜 개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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