場勢활성화 당분간 기대 못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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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증시가 영 힘이 없다.일반투자자들이 증시를 속속 떠나고 최근장세를 주도하고 있는 기관투자가들조차도 펀드관리 차원에서 주가받치기 정도로 소량의 매매만 하고 있을 뿐이다.주식투자자금을 가장 많이 보유한 은행들도 현 금리수준에서 뚜렷 한 자금운용처를 못 찾고 있으면서도 선뜻 주식투자는 하지 못하고 있다.
9월중순 이후 벌써 50여일 넘게 이같은 상황이 지속되면서 『연내에 장이 크게 활성화되기는 어렵지 않겠느냐』는 비관론까지고개를 드는 형국이다.
허의도(許義道)대우증권 법인부차장은 『경기를 보나 금리를 보나 주식시장의 주변여건은 무척 좋다』며 『하지만 예년처럼 연말에 주가가 크게 오르는 것을 기대하기보다는 그저 떨어질 위험이크지 않다고 말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 다.
총론은 좋지만 각론을 들여다보면 눈에 띄는 종목을 찾기가 어렵다는 게 증권사 투자분석팀의 한결같은 얘기다.지난해 국내기업들의 순이익이 사상최대 규모였다고는 하지만 삼성전자나 한국전력.포항제철 등 초우량기업을 제외하면 나머지 기업들 의 순익증가는 별볼일 없었다는 점이 이같은 분석을 가능케 한다.
더군다나 기관투자가들이 소위 업종대표주로 꼽히는 이들 우량종목을 살 만큼 사 놓은 상태에서 뭔가 틈이 나기만을 기다리는 형국이고 보면 폭발적인 장세를 기대하기는 무척 어려운 상황이다.올 들어 2조원이 넘는 주식을 순매도한 일반인들 이 당장 주식시장으로 뛰어들기를 기대하는 것도 무리다.
일부에서는 그러나 증시 주변여건이 워낙 좋아 현재의 조정이 거의 마무리단계에 있는 것으로 분석하기도 한다.동서증권 투자분석부 김지환(金知煥)과장은 『국내 경기가 성장률면에서는 정점을찍었지만 수출이 호조를 보이고 있어 연(軟)착륙 보다는 「고원(高原)경기(고성장 지속)」가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면서 『조정기간이 길어지면서 신용매물 등 물량압박 요인이 어느 정도 사라진 상태라 월말께면 980~1,020선 사이의 박스권을 이탈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정종렬(丁鍾烈)신영증권 상무는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기관투자가들이 현재의 금리수준을 부담스러워하고 있다』며 『금리가 11%대 초반까지 떨어지면 포트폴리오 재편이 활발하게 진행될 것인데 내년초에는 금리가 그 수준까지 떨어질 수 있 다』고 전망했다.연말에 주가가 급등하기는 어렵지만 내년초에는 오를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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