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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처럼 고국 찾은 박지성 “우승 메달은 아직 못 받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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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경기도 화성시 전곡항에서 열린 경기도 국제 보트쇼 및 코리아매치컵 세계 요트대회 홍보대사 위촉식에서 박지성이 호쾌한 포즈로 시축하고 있다. [화성=뉴시스]

“챔피언스리그 우승 메달은 아직 받지 못했다. 줄 거라는 얘기도 없었다.”

박지성(27·맨체스터유나이티드)이 25일 경기도 화성시 전곡항에서 열린 2008 경기 국제보트쇼 및 코리아매치컵 세계요트대회 홍보대사 위촉식에 참석했다. 요트를 타고 모처럼 여유 있는 시간을 보낸 박지성은 팬을 향해 두 팔을 머리 위로 올려 ‘사랑의 하트’를 그려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메달 이야기가 나오자 표정이 어두워졌다.

우승 메달은 모두 30개다. 18개는 결승전 직후 열린 시상식에서 미셸 플라티니 UEFA 회장이 선발 출전 선수와 대기 멤버로 벤치를 지킨 선수들에게 직접 걸어줬다. 결승전 엔트리에 이름을 올리지 못한 박지성은 못 받았고, 나머지 12개의 행방은 묘연하다.

남은 메달은 우승팀 코칭스태프와 구단 관계자들이 나눠 갖는 게 관례다. 맬컴 글레이저 구단주에게도 전달됐을 가능성이 있다. 구단 규모가 커 12개도 넉넉하지 않다.

형평성이 문제가 됐을 수도 있다. 루이 사아, 다니엘 심슨, 게리 네빌, 둥팡저우 등은 박지성과 마찬가지로 챔피언스리그에는 뛰었지만 결승전에 나서지 못했다. 둥팡저우처럼 18분밖에 못 뛴 선수도 있지만 루이 사아는 박지성(4경기)보다 많은 5경기에 출전했다. 메달 배분의 기준을 세우기가 쉽지만은 않다.

영국 일간지 텔레그래프의 팀 리치 맨유 담당 기자는 “1999년 로이 킨과 스콜스가 경고 누적으로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 나서지 못했지만 우승 메달을 받았다”며 “준결승과 준준결승에 풀타임 출전한 박지성이 메달을 못 받는 일은 상상할 수 없다(inconceivable)”고 자신했다.

장지현 MBC ESPN 해설위원은 “결승전 엔트리 제외에 이어 메달까지 못 받는다면 맨유를 자신의 팀처럼 사랑했던 한국 팬들의 마음이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해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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