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중풍] 도대체 뇌에 뭔 일이 생긴 거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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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뇌 속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을까’.

세상일을 훤히 꿰뚫고 있는 박학다식한 사람도 자신의 머리 속에서

시시각각 벌어지고 있는 위험상황은 눈치조차 채지 못한다.

한국인의 사망률 2위를 기록하고 있는 뇌졸중, 그리고 노년의 삶과 품위를

처참하게 만드는 치매. 두 질환 모두 100세 건강장수 시대를 위협하는 무서운 복병이다.

3회에 걸쳐 중풍·치매의 원인과 증상, 가정에서의 대처법을 소개한다.

뇌졸중 뇌경색이 뇌출혈 두 배

뇌의 무게는 우리 몸무게의 2% 정도. 무게가 1.4kg에 불과하지만 심장에서 뿜어나오는 혈액의 15%를 공급받고, 음식으로 섭취하는 포도당과 산소의 20%를 소비한다. 뇌세포가 다른 인체 기관보다 많은 일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방증한다.

뇌졸중은 뇌에 산소와 영양을 수송하는 혈관이 막히거나 터지는 질환이다. 뇌세포는 20초 정도만 혈액공급이 차단되면 기능을 잃고, 이같은 상태가 4~8분간 지속될 경우 영구 손상을 입는다. 한번 발생하면 생명을 다투고, 생명을 구해도 영구적인 장애가 남는 것은 이 때문이다. 장애는 어느 부위의 혈관이 막히느냐에 따라 수족마비·언어장애·균형 상실·감각 및 시야방해 등 다양하다.

과거에는 혈관이 터지는 뇌출혈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하지만 지금은 혈관이 막히는 뇌경색이 뇌출혈의 두 배다. 혈압관리를 어느 정도 하지만 완전히 제압하지는 못한다는 의미다.

문제는 혈관에는 신경이 분포돼 있지 않다는 점이다. 3분의 2가 막히고, 막힌 부위가 찢어져 손상을 입어도 아프지 않다. 뇌졸중을 ‘총성 없는 저격수’로 부르는 이유다.

뇌출혈은 가는 혈관이 터지는 뇌내출혈(뇌출혈이라고 함), 큰 혈관이 터지는 지주막하 출혈로 분류한다. 지주막이란 뇌를 감싸고 있는 3개의 보호막 중 중간에 위치한 막. 이 지주막과 뇌 사이를 지나가는 큰 혈관이 터지는 것이 지주막하출혈이다.

혈관이 꽈리처럼 생긴 동맥류도 이 범주에 속한다. 혈류가 소용돌이를 일으키다 약한 혈관벽을 뚫고 솟구친다.

혈관이 막혀 뇌세포가 손상되는 뇌경색에도 두 가지 타입이 있다. 하나는 뇌혈관에 노폐물이 쌓여 서서히 막히는 ‘동맥경화성 경색’이다.

또 다른 타입은 색전증이다. 혈관에서 떨어져 나온 노폐물 덩어리(혈전)가 혈관을 떠돌다 뇌로 들어가 주요 혈관을 막는 것이다. 다행히 빠른 시간 내에 혈전이 녹아 없어져 증상이 풀리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를 허혈성 뇌졸중이라고 한다. 뇌가 잠시 영양을 공급받지 못해 빈혈상태가 됐다는 뜻이다.

혈관에도 나이가 있다. 젊고 탄력 있는 혈관을 평생 유지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40~50대에 이미 딱딱하게 굳은 ‘시한폭탄’을 머릿속에 넣고 다니는 사람이 있다. 운동부족·고지방식·흡연·스트레스 등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좋은 습관이 혈관의 나이를 줄이는 최선의 방책이다.

◇도움말=경희대 동서신의학병원 중풍뇌질환센터 김국기 교수

치매 원인은 100여 가지

인간이 일상생활을 영위하는 것은 기억과 사고·판단·추리를 할 수 있는 인지능력 덕분이다. 치매가 두려운 것은 이같은 인간의 정체성을 결정하는 뇌기능을 잃기 때문. 노인들이 치매에 걸리지 않고 오래 살게 해 달라고 소망하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뇌졸중이 혈관질환이라면 치매는 뇌세포의 병적 현상이다. 치매를 일으키는 요인은 100여 가지. 뇌세포를 손상시키는 뇌염과 같은 감염질환, 내분비질환, 약물, 뇌종양, 가스 중독, 뇌에 충격을 주는 외상 역시 치매를 일으킨다.

가장 흔한 것은 뇌의 퇴행질환인 알츠하이머. 전체 치매의 50%를 차지하는 알츠하이머는 뇌조직을 유지하는 타우라는 단백질이 망가지면서 나타난다. 철골구조를 유지하는 볼트·너트가 녹아 건물이 붕괴되는 현상과 같다. 치매환자의 뇌에서 볼 수 있는 신경섬유다발이 그것이다. 이 같은 건물 잔해인 신경섬유다발에 다시 베타 아밀로이드라는 독성단백질이 들러붙어 ‘덩어리’를 만든다. 건물 단위의 붕괴가 전체도시로 퍼지는 것이다. 이것이 노인반이라고 하는 뇌위축 현상이다.

혈관성 치매는 산소와 영양공급이 중단되면서 뇌세포가 죽는 것이다. 따라서 같은 치매지만 진행하는 과정과 증상은 다르다. 알츠하이머의 경우 환자 자신이나 가족이 언제부터 증상이 시작됐는지 모를 정도로 조용히 찾아오지만 혈관성 치매는 갑자기 증상이 나타나거나 악화돼 추정이 가능하다.

치매는 ‘최근기억 상실’에서 시작한다. 기억을 입력하는 해마와 기억을 잠시 보관하는 측두엽부터 망가지기 때문이다. 오래전에 사귀었던 친구는 알아봐도 방금 식사를 한 것은 기억하지 못한다. 건망증과 다른 것은 깜빡 잊은 내용을 주위에서 상기시켜도 전혀 기억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병의 경과가 깊어지면 전두엽 전체가 망가져 감정조절이 안되고, 인격이 변하며, 계획적인 행동을 하지 못하는 인지기능 장애로 번진다. 감정조절이 안돼 난폭한 행동과 욕설을 하기도 하고, 집밖에서 배회를 해 가족의 애를 태운다. 망상증이나 환각증세가 나타나 정신질환으로 오인받기도 한다.

치료가 가능한 치매도 많다. 또 알츠하이머의 경우에도 증상을 지연하는 약들이 나오고 있다. 치매를 노화에 따른 자연현상으로 받아들이지 말고 조기 진단과 치료가 필요한 질병이라는 인식이 필요하다.

◇도움말=서울대병원 치매클리닉 이동영 교수

◇특별취재팀
김창규·김은하·백일현·박수련·장주영·김진경 기자, 고종관 건강전문기자
사진=변선구 기자, 편집=안충기·이진수 기자, 그래픽=박경민·차준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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