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씨 부정축재 사건-盧씨 구속여부가 관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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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노태우(盧泰愚)전대통령의 비자금 수사가 진척되면서 盧씨 구속여부가 새삼 관심을 끌고 있다.
전국적으로 구속을 촉구하는 시위가 잇따르고 있고 여론조사를 해봐도 구속하라는 주장이 압도적으로 많다.
그러나 검찰은 盧씨에 대한 1차 소환조사후 관련 기업인을 상대로한 수사를 계속하고 있을 뿐 아직 이에대한 명확한 입장표명을 유보중이어서 궁금증을 더해준다.
여권내부에서도 의견이 엇갈려 있다.현단계에서 분명한 것은 사정당국과 정부는 수사를 끝내는 시점에서 구속여부를 결정하겠다는것이다.현재 盧씨에 대한 수사가 불구속상태에서 진행되고 있는 것이 그 증거다.먼저 구속한 후 여죄를 추궁하는 통상적인 수사방식은 취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의 심중을 읽기도 어렵다.측근들이나 정부고위층에서도 말이 엇갈린다.金대통령이 『비자금이 아니라 부정축재』라고 규정하고 『법앞에 만인이 평등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계기로 삼겠다』고 언급한 대목은 구속의 불가피성을 강조한 것으로해석된다.
일반인의 상식은 구속쪽이다.불구속해서는 『봐주기식 수사』내지는 『현정권이 盧씨를 봐줘야 할 불가피한 사정이 있는게 아니냐』는 의혹을 벗기 어렵고 야당의 직접적인 공세에 직면할 수도 있다.내년 총선까지 두고두고 부담을 안게된다.
지금까지 정치권의 상식은 불구속쪽이다.구속할 경우 그때부터 화살은 金대통령에게 날아오고 잘못하면 부메랑 효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盧대통령 시절 5공청산 과정에서 전두환(全斗煥)전대통령을 백담사로 보냈을 때 처음에는 동조 하던 여론이시간이 경과하면서 『의리를 저버렸다』는 쪽으로 기울었다는 것도참조사항이다.
또 언제까지나 형무소에 놔둘 수도 없기 때문에 구속할 경우 언제 어떻게 풀어줄지가 여전히 부담으로 남는다는 것이다.현실적으로 대구.경북의 표도 의식해야 한다.전직대통령을 구속한 최초의 대통령이 되는 것도 짐스럽다.
그래서 일단 구속후 병원에 입원시키든가 구속적부심에서 풀어주는 방식,또는 길게는 내년 총선이 끝난 뒤 풀어주는등 절충방안이 나온다.그러나 이런 방식은 국민들의 흥분된 감정상태를 잠시진정시키는 효과는 있을 수 있지만 「눈가리고 아 옹」하는 격이란 비난을 받을 수 있으며 두고두고 부담이 될 수 있다.
金대통령의 정치 스타일은 정면돌파형이다.여론이 지지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는다.최근 한 사석에서는 원칙에 따라 정도로 가면된다는 얘기도 했다고 한다.
金대통령은 盧씨가 구속된 직후 대국민담화문을 발표해 입장을 밝히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어떤 방식이든 金대통령에게는 부담이다.어떤 해법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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