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씨 부정축재 사건-수사 스케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검찰은 노태우(盧泰愚)전대통령의 자금조성경위와 사용처를 추적하는등 盧씨 재소환을 위한 증거 확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안강민(安剛民)중수부장은 6일 정치권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조기 수사종결설에 대해 불쾌한 심경을 표출.
安부장은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이 아태경제협력체회의에 참가하기 이전인 16일까지 盧씨 사법처리 문제가 결정될 것』『일단 盧씨를 구속한뒤 구금장소를 구치소 대신 병원으로 한다』는등의 보도와 관련,『정치권이 수사지휘권을 갖고 있느냐』 고 반문.
安부장의 이같은 발언은 지난주 『여권에서 구속이 불가피하다고왈가왈부하는가 하면 야권에서 짜맞추기 수사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수사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여야를 싸잡아 비판한데 이어 정치권을 향해 두번째「경고」를 하는 것 이어서 주목.
安부장은 그러나 『盧씨에게 돈을 건네준 기업인중 일부가 포착됐다』고 말해 한보 정태수(鄭泰守)총회장 조사후 수사템포가 빨라지고 있음을 암시.
…盧씨 비자금사건이후 언론에 거론되고 있는 5,6공 인사들은『잊혀질만 하니까 또 도마위에 오르게 됐다』며 곤혹스런 표정들. 6공시절 경제계의 실세로 비자금 조성과 관련해 언론의 주목을 받고있는 L씨,법조계 고위직을 지낸 또 다른 L씨등은 언론사에 직접 전화해 『가급적 거론을 피해달라』고 하소연.
5공 주요인물로 거론됐던 최열곤(崔烈坤.66)전서울시교육감은『이순자(李順子)씨와 동향이며 李씨가 회장으로 있던 새세대육영회에 대한 감독기관의 책임자였다는 이유로 6공들어 「표적수사」의 희생양이 됐었다』며 『5공 주요인물로 분류되 는 것은 억울하다』고 주장.
…한보그룹 박대근(朴大根)홍보담당상무는 6일 오후 대검기자실로 찾아와 정태수(鄭泰守)총회장이 검찰에서 진술한 내용중 일부를 공개해 눈길.
朴상무는 鄭회장이 검찰에서 『93년 9월께 아산만에 대단위 철강단지 조성사업으로 자금압박을 심하게 받고 있던중 어떤 전주(錢主)로부터 상당히 유리한 조건으로 돈을 빌려주겠다는 제의가들어와 盧씨의 돈인지 모르고 이를 실명화한뒤 사 용했다고 진술했다』고 전언.
鄭회장은 이어 『당시 이를 거부할 필요가 없었을 뿐만 아니라전주가 누구인지는 중요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는 것.이와관련,검찰주변에서는 『매우 유리한 조건으로 돈을 빌려주는데도 전주가누구인지 알아보지도 않았다는 것은 납득이 가지 않는다』며 朴상무의 설명에 회의적인 반응.
…安중수부장은 6일 오후9시쯤 『7일 소환대상자 명단을 공개하는 대신 조건이 있다』면서 『▶소환기업인이 수사 편의상 무작위로 선정됐고▶금액의 다과나 뇌물성 여부와는 무관하며▶지금까지확인된 비자금 조성에 관여한 사람중 일부라는 세 가지를 반드시명기해달라』고 주문.
그는 『이같은 전제조건이 반드시 지켜질 것으로 믿는다』며 기업인 3명과 금진호(琴震鎬)의원의 이름을 밝힌뒤 『이를 지켜주지 않으면 앞으로 기업인명단을 공개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