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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지금 그 사람을 만났더라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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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한낱 뇌의 화학작용일 뿐이다. 자신도 모르는 새에 반응하는 이 화학작용을 운명이라는 거창한 이름으로 부를 수 있는 이유는 아마 타이밍 때문일 것이다. 왜 하필 그 때 거기에 갔을까, 그 때 왜 그 사람이 있었을까. 운명이라면 운명이랄 수 있는 단 하나의 근거가 바로 타이밍이다.

'대장금' 후속으로 다음달 5일 시작하는 24부작 월화드라마 '불새'(오경훈 연출.이유진 극본)는 바로 이 타이밍에 관한 이야기다. "만약 그 사람을 그 때가 아니라 지금 만났더라면…." '불새'는 이런 이뤄지지 않은 가정에서부터 시작한다.

'불새'는 지금껏 많은 드라마가 다뤘던 것처럼 부잣집 딸과 가난한 남자와의 사랑에서 출발한다. 부자 부모에다 미모까지 갖춘 천방지축 지은(이은주 분.사진(左))은 20대 초반의 어린 나이에 아무 것도 가진 것 없는 세훈(이서진.(右))을 만나 불같은 사랑을 한다. 반대하는 부모를 설득하기 위해 혼전 임신을 감행해 결혼까지 하지만, 결국 아이를 유산한 뒤 세훈과 이혼한다.

'불새'가 기존의 드라마와 다른 점은 여기서부터다. 10년 후(4부 이후). 지은은 아버지의 사업 실패와 죽음으로 가사 도우미로 나서야할 만큼 몰락했고, 세훈은 미국에 건너가 사업가로 성공한 뒤 귀국한다. 이제 상황이 뒤바뀐 두 사람. 거침없는 사랑의 대가로 깊은 상처만 남은 세훈은 아직도 지은을 사랑하지만 선뜻 다가서지 못한다. 상처가 두렵기도 하거니와 그의 곁에는 이제 약혼녀 미란(정혜영)이 있기 때문이다. 조건 때문에 헤어진 옛사랑과 사고로 휠체어 신세를 지고 있는 현재의 사랑 사이에서 세훈은 고민한다. 지은의 곁에도 또 한사람의 남자가 있다. 남들에겐 탕아지만 지은에겐 더없이 지고지순한 재벌 2세 정민(에릭)이다.

'번지점프를 하다'와 '태극기 휘날리며'등 영화에 매달려온 이은주가 '카이스트'(SBS)이후 4년 만에 드라마에 복귀했다. 또 지난해 '다모'에서 "아프냐, 나도 아프다"라는 유행어를 만들어내며 데뷔 이후 최고의 인기를 누린 이서진이 '다모'이후 첫 출연작으로 '불새'를 골랐다.

안혜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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