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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통령 “정치가 뭉치지 않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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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청와대가 22일 임기 종료 초읽기에 들어간 17대 국회를 상대로 ‘막판 FTA 강공’에 돌입했다. 임기가 끝나는 29일 전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을 통과시켜 달라고 통합민주당을 상대로 전방위 압박에 나선 것이다.

공격의 선두는 이명박 대통령이었다. 그는 이날 오전 8분에 걸친 대국민 담화 중 절반 가까이를 한·미 FTA 관련 설명에 썼다. 우선 이 대통령은 “한·미 FTA로 30만 개가 넘는 일자리가 새로 생겨난다”며 FTA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런 뒤 “한·미 FTA는 지난 정부와 17대 국회가 어려움을 겪으며 일궈낸 소중한 성과”라고 민주당을 설득했다.

대통령 담화가 끝나자 이번에는 청와대 핵심 관계자가 나섰다. 그는 기자들을 상대로 한·미 FTA가 17대 국회에서 비준돼야 하는 이유를 조목조목 늘어놨다. 그가 제시한 논리는 ▶18대 국회로 비준안 처리가 넘어가면 여야 대화창구가 마련되는 2~3개월 동안 통과가 또 미뤄지고 ▶한·미 FTA가 정치 쟁점화할 미국 대선국면이 본격화하기 전에 한국 측이 비준을 마쳐놓는 게 FTA 체결에 유리하다는 내용이었다. 그는 미국과의 FTA 체결이 유럽연합·일본 등과의 FTA 체결에도 이익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런 청와대의 설득에도 민주당 지도부는 동요하지 않았다. 한 재선 의원은 “누구 좋으라고 우리가 FTA를 통과시켜 주느냐. (18대 국회가 열리면)과반인 한나라당이 알아서 할 일”이라고 주장했다.

이런 민주당 내 분위기에 대해 이 대통령은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그는 이날 오후 건국 60주년 기념사업위원회의 첫 회의에 앞서 “정치가 뭉치면 잘되는데 뭉치지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원웅 국회 통외통위원장)본인이 ‘(FTA 비준안의 상임위 회부를)하겠다’고 했는데 (민주)당에서 못 하게 했다”고 민주당 지도부를 향해 쓴소리도 했다.

당초 이 대통령과 청와대 참모진은 대국민 담화문에도 한·미 FTA와 관련해 “100년 전 (쇄국의)잘못을 되풀이하지 맙시다”, “전들 왜 편한 길을 마다할 리가 있겠습니까”와 같은 감정적 표현을 넣는 방안을 고려했다. 하지만 “국정 책임자의 품격에 걸맞게 논리적으로 접근하자”는 의견이 나와 빠졌다고 한다.

한편 민주당의 김명자·김성곤·김송자·조성태·정의용, 무소속 유재건·안영근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쇠고기 파문 때문에 한·미 FTA 비준안을 17대 국회가 처리하지 않는 것은 그릇된 선택”이라고 주장했다. 야권에서 보수그룹으로 분류되는 이들은 “한·미 FTA는 노무현 정부와 17대 국회가 어렵사리 타결한 협상의 성과”라며 이같이 주장했다.

남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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