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盧씨 부정축재 사건-민자 어떻게 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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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민자당의 고민은 여전히 대선자금이다.의원들은 대선자금 문제를다음 선거에서의 득표와 연결지어 우려하고 있다.특히 수도권 의원들이 그렇다.
이런 민자당에 지난달 31일 묘한 말이 퍼졌다.『지난 대선때노태우(盧泰愚)씨에게서 400억원을 지원받은 것으로 공개한다더라』는 말이다.
구체적 내용도 제시됐다.전국 237개 지구당에 유세장 동원비조로 각 5,000만~1억원씩,15개 시.도별 대선 전진대회 경비로 5억원씩,기타 지구당위원장 회의.추석떡값으로 지출됐다는것이다. 말이 퍼지자 당장 정치적 파장이 일었다.국민회의 박지원(朴智元)대변인은 1일 『공개금액을 놓고 국민여론을 떠보는 것』이라며 어림없는 짓 말라고 추궁하고 나섰다.
민자당 안에도 파장이 미쳤다.『대선자금은 검찰에서 수사후 발표키로 했는데 누가 입을 잘못 놀렸다』는 힐난이 대부분이었다.
김윤환(金潤煥)대표는 『어떤 경로를 통해 지원받았는지도 모르는데 어떻게 금액이 나올 수 있느냐』고 익명의 발언 자를 힐난했다.강삼재(姜三載)사무총장은 아예 『상황을 잘 모르는 실무진이얘기한 것』으로 일축했다.
두 사람의 불만은 이런 것같았다.가뜩이나 민감한 문제를 왜 당직자란 사람들이 쓸데없이 발설하느냐,지금은 검찰수사에 모든 초점이 맞춰져야 할 때라는 것이다.
92년 대선 당시 사무총장이었던 김영구(金榮龜)정무장관은 더펄쩍뛰었다.『400억원을 지원했다니 터무니없는 이야기』라고 밝혔다.金장관으로서는 자칫 자신이 거액을 만진 장본인으로 지목될것을 우려하는 분위기였다.
민자당 고위 당직자들의 반응에는 공통점이 있다.선거를 직접 치를 정당으로서 이 문제를 먼저 밝히고 나갈 수 없다는 생각이다.『우리 입으로 고해(告解)한다고 여론이 잠잠해지는 것은 아니다』는 것이다.검찰에서 여러 정당을 포괄해 함께 대선자금 문제를 매듭짓기를 바라고 있다.
그러나 역시 검찰에서 대선자금내용이 나오기는 어렵게 돼있다.
盧전대통령도 검찰에서 이 문제는 얘기 하지 않겠다고 했으니 검찰이 특별히 밝힐 것이 없어지는 것이다.
김대중(金大中)국민회의 총재가 20억원을 받았다고 털어놓기는했으나 전모는 아닐테고 김종필(金鍾泌)자민련총재 역시 입을 다물고 있다.
따라서 민자당이나 청와대가 앞장서서 대선자금을 까놓아 평지풍파를 일으키지는 않을 것이다.
여야를 막론하고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는 대통령의 말도 원칙적인 입장표명으로 봐야 한다는 해석이 유력하다.
앞으로 대선자금 문제는 20억원 수수를 먼저 털어놓은 DJ쪽에서 얼마만한 전의를 갖고 물고 늘어지느냐에 따라 파장이 달라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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