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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우유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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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중국인들은 우유를 싫어한다.중국요리엔 우유가 재료인 것이 거의 없다.중국식당에 가서 유제품(乳製品)을 맛보는 것은 디저트로 나오는 아이스크림뿐이다.그것도 외국인들의 입맛에 맞춘 것이다. 우유의 주성분은 물.단백질.지방.탄수화물.회분이다.이중 탄수화물은 99.8%가 유당(乳糖)이다.유당은 자연계에서 동물의 유즙(젖)외엔 존재하지 않는다.유당은 글루코오스와 락토오스두가지 단당류(單糖類)가 결합돼 있다.우유를 마셨을 때 유당이소장(小腸)의 벽을 통과해 체내에 흡수되려면 분해돼야 한다.이때 락타아제라는 효소가 필요하다.락타아제가 부족한 사람은 유당을 흡수하지 못한다.이것이 유당 불내증(不耐症)이다.
우유 소화능력,즉 락타아제의 양은 인종에 따라 차이가 있다.
미국 존스 홉킨스대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백인 성인중 20%가락타아제가 부족한 데 비해 흑인 성인은 75%가 부족하다.또 중국.일본.한국 등 동아시아 성인들 가운데 유당 을 제대로 소화시킬 능력이 있는 사람은 5% 이하다.뉴기니.호주 원주민들은거의 제로에 가깝다.
백인들(특히 북유럽인)이 락타아제를 충분히 가지고 있는 것은자연도태(自然淘汰)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사람은 성인이 되면 락타아제 효소를 생산할 능력이 없어진다.더이상 젖이 필요없기 때문이다.북유럽 백인들은 자연조건상 영양소(특히 칼슘)를 우유에서 취할 수밖에 없었다.그래서 성인이 돼서도 우유 소화능력이남은 것이다.일종의 돌연변이(突然變異)다.그러나 다른 지역 사람들은 굳이 우유가 아니더라도 주위의 풍부한 푸른잎 채소에서 칼슘을 섭취할 수 있었기 때문에 락타아제가 필요하지 않았던 것이다.미국 인류학자 마빈 해리스는 중국인이 우유를 마시지 않는것은 그들이 영양소 섭취의 대상으로 우유를 「무시」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우리도 전통적으로 우유 마시는 습관은 별로 발달하지 않았다.
우유소비가 일반화한 것은 불과 최근 30년이다.지난 70년 1인당 음용유(飮用乳)소비가 0.7㎏이던 것이 93년 31.1㎏으로 늘어났다.요즘 「고름우유」문제로 세상이 시끄 럽다.이번 사건이 우리 우유의 품질을 높이는 기회가 됐으면 하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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