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盧씨 부정축재 사건-청와대 盧씨 금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이 지난달 31일 당직자들과의 청와대 조찬에서 『청와대 집무실 옆방에 큰 금고가 있었다』면서 분해철거한 얘기를 했다.
청와대금고에 얽힌 얘기는 이것만이 아니었다.
취임후 金대통령이 자신의 집무실을 처음 들어갔을 때다.金대통령 눈에는 커다란 금고 하나가 들어왔다.의아스러웠다.그랬는데 관저 방에도 금고가 있었다.
金대통령은 그 얘기를 부인 손명순(孫命順)여사에게 했다고 한다.그랬더니 孫여사는 자신의 방에도 있다고 말했다.
그때서야 金대통령은 그것이 비자금을 넣어두는 금고라는 것을 알았다고 한다.
다음날 金대통령은 박상범(朴相範)경호실장을 불렀다.금고를 치우라는 지시를 내렸다.그랬더니 朴실장 반응이 이채로웠다.경호실장은 자신의 방에도 커다란 금고가 있다고 했다.金대통령은 당장치우라고 했다.
그리고는 박관용(朴寬用)비서실장을 불렀다.금고 얘기를 해주었다.도대체 그럴 수 있느냐는 요지였다고 한다.그랬더니 朴실장은자기방에도 금고가 있다고 말했다.
그런데 더욱 가관은 비서실장 공관 부인방에도 금고가 있다는 것이었다.
드디어 철거작업이 시작됐다.작업은 일요일에 시작됐다.괜스레 남들이 알아봐야 좋을게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을 할 수없었다.금고가 너무 컸기 때문이다.자칫 건물이 상할지도 모른다는 판단이 내려졌다.결국 작업은 1주일 연기됐다. 인부들 대신 장비가 동원됐다.분해철거를 하기 위해서였다. 해프닝은 비단 청와대 안방금고에 국한되지 않았다.정무수석실에도 큰 금고가 있었다.돈과 중요서류를 보관하는 금고였다.
그러나 금고는 굳게 닫혀있었다.번호를 아는 사람이 없었다.당시 주돈식(朱燉植)수석은 역대 정무수석들에게 금고번호를 수소문했다.그러나 기억하는 사람이 없었다.역시 분해했다.그것도 일요일이었다.
금고가 분해돼 열리는 순간 朱수석은 놀랐다.그 큰 금고속에 문서 한장이 달랑 들어있었다.그것은 내각제 합의각서였다고 한다. 정부를 인계하면서 6공이 남겨준 청와대의 유일한 문서는 그것 하나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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